컨디션 되살아난 말 노려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경주마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컨디션 변화를 보일 때가 많다. 크게 기복없이 자기 실력을 꾸준히 발휘하는 마필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는 다소간에 컨디션 변화를 보이곤 한다. 특히 기복형 마필은 컨디션이 성적 자체를 좌우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기복마는 한번 난조에 빠지면 상당히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경마팬들은 이런 말을 ‘맛이 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말도 컨디션이 돌아오면 예전의 능력을 곧잘 발휘한다. 그리고 대개는 한번의 선전으로 끝나지 않고 두세 번은 더 뛰어준다.
포리스트윈드는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 말은 지난해 11, 12월에 문세영 기수가 타고 2, 3위를 거둔 이후 서서히 하향세로 돌아서 무려 4차례나 더 뛰었지만 바닥권을 맴돌았다. 올들어서는 부종, 구절염 등을 달고 살았다. 잔병치레가 많았고 그 때문인지 훈련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 질병에서 벗어나면서 컨디션이 살아났고 강하고 긴 훈련으로 과거의 능력을 회복한 뒤에 출전해 1위를 했다. 이렇게 컨디션이 한번 살아난 말은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노장마는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기 때문에 컨디션이 살아났을 때 또 ‘때리는’ 경향이 많다. 아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말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잘 뛸 때의 능력과 컨디션을 완전히 되찾았느냐 아니면 다른 마필들이 못뛰어서 어부지리로 입상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그 판단은 쉽지 않다. 다음 출전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을 놓고 살펴보자.
우선 다음에도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다. 20팀(감독 배대선)의 ‘행운축제’는 지난 13일 1300미터 경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말은 그동안 출전하는 경주마다 인기를 모았지만 번번이 착순권에 머무르며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여기엔 진로막힘 등 몇 차례의 불운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따라가면서 막판 멋진 추입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그동안 ‘될듯될듯’ 하면서 한발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줬다. 경주기록은 과거보다 0.1초 앞당기는 데 그쳤지만 경주로 모래 교체 이후 기록이 과거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도 좋은 결과로 분석됐다. 모래를 맞고 따라가면서 힘을 더 냈고, 경주력이 더 나아진 것으로 봐서는 다음 출전 때도 적절한 편성만 만나면 ‘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48팀(감독 김대근)이 관리하는 ‘피렌체’는 행운축제와는 정반대의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지난 13일 마지막 경주에서 인기순위 최하위권의 말이었지만 2위 입상을 하면서 고배당을 터트렸다. 당시 풀문파티(1위), 구만석(3위) 등과 동반입상했는데 삼복승(순위와 상관없이 3위까지 세 마리를 맞히는 게임) 배당이 무려 1583.5였다. 하지만 이 말은 다음에 또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인기마들의 부진에 힘입은 준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자력에 의한 결과가 아닌 어부지리였다는 분석이다.
주파기록도 1:30.3초(1400미터 경주)였다. 국2군의 말치고는 너무도 초라한 기록이다. 이날 국5군에서도 입상마들이 1:29초대로 주파했던 사실에 견줘봐도 얼마나 형편없는 기록인지 알 수 있다.
레이스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선 선행마가 즐비했지만 이상하게 다른 선행마들이 초반부터 소극적인 운영을 하면서 풀문파티의 단독선행으로 이어졌다. 레이스는 느리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선두다툼은 없었기 때문에 풀문파티의 입상은 당연시됐다. 문제는 2위, 3위를 누가 차지할까였다. 다른 인기마들이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피렌체가 허를 찌르고 올라와 2위를 해버렸다. 이날의 경주력만 놓고보면 피렌체의 다음 입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휴양마 옥석 가리기 강하고 긴 훈련 받으면 ‘복병’ 예전엔 휴양하고 오랜만에 출전하면 그 말은 무조건 지우고 분석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엔 전혀 다른 흐름이다. 휴양마가 ‘사고’를 치는 경향이 너무도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베터의 입장에선 어떤 말을 살리고 어떤 말을 버려야 할까. 우선 13일 1800미터 경주에서 무려 1년 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한 미스터액티브. 이 말은 24일간 조교를 했고, 경주를 치르는 그주엔 다시 강하고 긴 훈련을 실시했다. 단순히 출전에 의미를 둔 복귀전은 아니었던 셈이다. 14일 4경주에서 우승한 ‘해피송암’이란 말도 넉 달 만에 출전했지만 공백기를 딛고 우승했다. 역시 장기간 준비했고 출전을 앞두고는 강하고 긴 훈련으로 준비했었다. 부경에서도 12일 금요일에 2위를 차지한 ‘역전의용사’ ‘고속성장’, 14일 일요일 3위를 차지한 ‘뉴비카’ 등이 이와 비슷한 준비를 했던 말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말이 다 입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에 잘 뛸 때의 능력을 현재의 능력으로 대입해 입상 가능 여부를 분석하고, 현장에서 마필의 컨디션을 최종적으로 점검해야 좀더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