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줄이고 면적은 좁혀라
물론 부동산 재테크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원칙 중에 하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 알지 못한다면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좋다. 여유자금으로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상가나 오피스텔이라고 해서 모두 다 임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임대가 안 돼서 비어 있는 상가도 적지 않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두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A 씨는 남편이 유산으로 남긴 오피스텔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A 씨 남편은 수도권의 법원 앞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그것도 대형 면적으로. 그러나 남편이 사망하고 법원이 이전한 뒤 오피스텔이 임대가 되지 않아서 세금과 관리비 등으로 한 달에 50만 원 가까이 지불하고 있다. 같은 건물의 소형 오피스텔은 거주 목적으로라도 이용할 수가 있어서 임대가 쉽게 나가고 있으나 대형 면적의 경우 사무실용 외에는 딱히 용도가 없어서 벌써 몇 달째 비어 있는 상태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강남의 상가를 가지고 있는 B 씨도 비슷한 경우다. 그동안 임대가 잘 되고 있었으나 현재의 병원이 이전을 결정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새로 들어오겠다는 병원장이 임대료 10% 인하를 요구했다. B 씨가 5% 정도는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병원은 입주를 포기했다. “경기가 어려워 임대료를 다 내고는 입주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흥정은 결렬됐다. 지금은 공실 상태로 관리비만 매월 수십만 원씩 내고 있는 상태여서 B 씨의 한숨소리가 깊어가고 있다. 이처럼 상가나 오피스텔은 지역적인 문제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여서 웬만한 여유자금이 아니라면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집을 구입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를 해야 하는 점은 ‘투자목적이냐 거주목적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거주목적이라면 자녀들의 교육, 생활여건, 교통 등이 중요한 판단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투자목적이라면 이러한 요소들에 향후 주변 개발 가능성이나 계획 등에 무게를 더 두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주택을 거주목적보다는 투자목적으로 많이 권유하고 있어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목적을 명확히 하고 주택구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특히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결혼으로 임차를 하게 되었을 때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신혼부부들도 임차를 하면서 대형을 선호하니 더더욱 문제다. 사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부부가 거주하는 데 대형주택은 맞지 않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집에서 낮에 체류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그럼에도 70㎡ 이상의 대형주택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전·월세나 유지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이러한 대형주택에 맞추려다보니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들도 대형이거나 많아지게 된다.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네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작은 면적에서 늘려가다 보면 저절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혜안이 생기게 된다. 생활에 적합하고 투자가치가 있는 좋은 집을 고르는 방법, 주택 구입 및 임차시 감안해야 할 법적인 사항, 금융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노하우 등에 대해서 실제로 부딪히고 공부하면서 실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돈 주고도 배우는 것인데 저절로 배우게 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신도시 인근에 100㎡형 아파트를 구입한 C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대출 1억 원을 포함해 2억 원에 구입한 아파트 가격이 요즘에는 구입가격보다 하락하는 소위 ‘깡통 아파트’가 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C 씨는 고정이자의 모기지론을 이용해서 구입하였기 때문에 한 달에 이자만 50만 원이 넘게 나간다. 문제는 이제 곧 원금 상환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은 계속 바닥을 향해 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매매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도 이미 금년 4월 이후에는 거래 실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격이 더 하락하게 되면 오히려 전세를 살고 있는 것보다도 못한 수익률이 된다. 그나마 투자가치를 보고 통근이 힘들어도 수도권에 구입한 것인데 세금을 비롯해 각종 부대비용이나 자신의 출퇴근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대전에 아파트를 구입한 D 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자위하고 산다. 3년 전 구입시 가격보다 3000만 원 정도 하락했으나 좋은 학군이라고 선택한 것이 적중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자녀가 예상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둬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기에 “과외비용 냈다고 생각한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은 참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과제다. ‘과연 언제 집을 사야 하느냐’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모범 답안이다. ‘목적을 정하고 자신에게 능력이 생겼을 때 구입하라’고 말이다. 아무리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도 본인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면 우선 주택청약 관련 예금에 가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주택청약저축, 주택청약예금, 부금에 일단 가입을 하자. 청약저축에 가입한 후에 일정금액에 도달했을 경우 예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주택 관련 예금에 가입해 놓으면 신규 주택분양시에도 유리하고 저축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이자가 높고 낮음을 떠나서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은 주택 관련 예금의 가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각자의 재정적인 형편이나 환경이 다르니 지금이라도 은행 창구에 달려가서 가입 상담을 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청약저축은 우리은행과 농협에서만 가입이 가능하고 예금은 다른 은행에서도 된다. 여기에 장기주택마련 저축을 하면 금상첨화다. 높은 금리에 소득공제에 비과세 혜택도 누릴 수 있고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가입이 가능하며 7년 이상 장기간 적립하기 때문에 꼭 주택 마련이 아니라도 저축하기에 아주 좋은 상품 중 하나다.
한치호 재테크 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