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서 놀다오니 시야가 넓어졌다
문세영이 마카오에서 돌아온 뒤 한 층 더 업그레이된 기승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KRA
그런데 이런 문 선수가 마카오에 갔다온 이후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기승술을 보여주고 있다. 성적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제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한 문 선수의 최근 한 달간 성적과 달라진 기승술에 대해 알아본다.
문 선수가 마카오에서 복귀한 이후 4월 한 달간 성적은 실로 놀랍다. 66회 출전해 무려 17승을 쓸어담았다. 2, 3위도 10회, 9회씩 차지했다. 이는 승률 25.8%, 복승률 40.9%, 연승률 54.5%에 해당하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복승률 20% 이상의 선수들을 보통 ‘능력형 선수’로 평가하는 실정에 비춰보면 문 선수의 성적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과거의 성적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문 선수의 통산전적은 4월 말 현재 4503전 823승, 2위 637회, 3위 520회로 승률 18.3%, 복승률 32.4%, 연승률 44.0%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의 성적이 승률과 복승률에선 7~8%P, 연승률에선 10%P 이상 더 높다.
문 선수가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2012년 문 선수는 622전 출전해 147승, 2위 95회, 3위 71회를 차지해 승률 23.6%, 복승률 38.9%, 연승률 50.3%를 기록했었다.
그렇다면 문 선수의 이러한 성장은 배경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감독들이 좋은 말을 많이 태우기 때문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적으론 문 선수의 달라진 점에 주목한다.
우선 초반 레이스가 상당히 차분해졌다는 분석이다. 초반부터 채찍을 대며 말을 몰아서 앞선에 붙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마필 고유의 습성대로 말몰이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시야가 그만큼 넓어졌고, 레이스 흐름을 읽는 판단도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4월 27일 일요경마 8경주다. 국4군 1400미터로 치러진 이 경주에서 문 선수는 선행이 거의 확실시되는 2번 럭키섀리를 탔다. 능력면에서 앞서는 돋보이는 경주마가 한 마리 있는 이 경주에서 문 선수가 탄 마필은 2위권의 도전세력 중 하나였다. 누구나 문 선수의 선행강공을 예상했지만 문 기수의 작전은 선입이었다. 레이스가 빠르지 않았는데도 앞선의 두 마필을 멀찌감치 뒤에서 따라가는 2선 선입작전을 펼쳐 3위를 5마신 이상 따돌리며 안정적인 2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치러진 10경주에선 이제는 ‘맛이 갔다’고 평가받는 비바캣이라는 말을 타고 우승하는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비바캣은 서울-부경 교차경주까지 출전할 만큼 한때 기대를 모은 준족이었다. 하지만 대상경주에 연이어 출전하면서 성장기에 무리를 한 탓인지 최근까지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그동안 마방에서 이 말을 살려내기 위해 훈련스타일과 기승선수를 바꾸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번 경주를 앞두고도 마필 자체엔 큰 변화가 없었다. 단지 예전보다 컨디션이 조금 좋아진 정도. 하지만 이 정도는 따뜻한 봄철이 되면 거의 모든 말들에게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라 주목할 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아무튼 이 경주에서 문 선수는 초중반까지 경쟁에 합세하지 않고 한참 뒤에서 따라가다 직선주로에서 승부를 걸었고, 비바캣의 기를 멋지게 살려냈다. 49팀의 지금이순간이 문 선수의 ‘자가용’이 됐듯 비바캣도 한동안 문 선수가 단골로 기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