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이미 ‘올스타’ 부상만 조심해
시즌 초반 물오른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추신수가 한국인 야수 첫 번째로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홍순국 순스포츠 기자
추신수는 1일(이하 한국시간)까지 .337(NL 8위)의 타율과 4홈런 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34개의 안타는 내셔널리그 3위의 기록이며, .484를 기록하고 있는 출루율 부문에서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번 타자로서 중요시 되는 덕목인 득점부문에서도 20차례 홈을 밟으며 리그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풀타임 1번 타자로 첫 시즌을 맞이하는 추신수는, 초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ESPN이 실시한 ‘올 시즌 최고의 1번 타자는 누구인가?’라는 설문 조사에서 추신수는 41%의 지지를 받아 캔자스시티의 알렉스 고든(29%)과 디트로이트의 오스틴 잭슨(17%)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4위는 8%의 지지를 받은 이안 킨슬러이며, 5위는 류현진의 다저스 동료 칼 크로포드(5%)였다. 메이저리그의 쟁쟁한 1번 타자들을 제치고 팬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내셔널리그 외야수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2명의 선수는 브라이스 하퍼(워싱턴)와 저스틴 업튼(애틀랜타)이다. 지난해 19세의 나이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하퍼는, 2년차 징크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344의 타율과 9홈런 18타점을 쓸어 담으며 지난해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올해 나이 20세라는 점과 더불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하퍼는 현재와 같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무난하게 올스타전 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애리조나에서 애틀랜타로 이적한 저스틴 업튼 역시 뜨거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4월에만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있는 업튼은, 장타율과 OPS에서도 각각 1,2위에 오르며 그간 주목받아온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추신수는 내셔널리그 외야수 가운데 하퍼와 업튼에 이어 3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견수로 범위를 좁혀보면 추신수의 성적은 단연 리그 최고 수준이다.
먼저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맷 켐프(하지만 지난해 켐프는 정작 올스타전 본 경기에는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바 있다)는 1일까지 .260의 타율과 1홈런 10타점에 그치고 있다. 시즌 전 MVP 후보로도 거론됐던 켐프는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 이후 아직까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켐프와 함께 리그 정상권의 중견수 자리를 다투는 피츠버그의 앤드류 맥커첸도 실망스러운 시즌 초반을 보이고 있다. .247의 타율과 3홈런 16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맥커첸은 타율 .327 31홈런 96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3위에 오른 지난해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이다.
올 시즌 애틀랜타로 이적하며 큰 기대를 모은 B.J 업튼도 최악의 출발을 하고 있다. .143의 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194명의 타자들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성적이며, 3홈런 5타점은 중심타자로서 부끄러운 수치다. 최근에는 하위타선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출루율 또한 .225에 그치며 도루 숫자도 3개에 불과해 본인의 빠른 발도 전혀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추신수가 중견수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을 유지해 나간다면, 팬 투표가 아니더라도 선수간의 투표 혹은 감독 추천을 통해 올스타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을 수 있다.
3년간 2번의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들어 좋은 성적을 올리고는 있지만 신시내티 레즈 역시 전국적인 인기 구단과는 거리가 먼 팀이며, 신시내티가 미국 내에서 비교적 소규모 인구를 지닌 도시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감독 추천 선수 역시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올스타전이 축제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올스타전 감독은 포지션뿐만 아니라 팀 간 균형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보통 한 팀당 1명 정도가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 로스터에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 팀 내 간판 타자인 조이 보토나 브랜든 필립스, 제이스 브루스 등이 팬과 동료 선수들의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추신수는 자칫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신수가 올스타에 선정된다면 개인적인 영광일 뿐만 아니라 본인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초 신시내티에서 만난 추신수는 “올스타전 출전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나가게 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올스타 휴식기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올스타전 출전이 가족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라는 말로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신수는 3년 전인 2010년 올스타 선정을 눈앞에서 놓친 기억이 있다. 전반기 맹활약을 통해 추신수는 감독 추천 선수로 뽑힐 것이 유력했으나, 올스타전을 앞두고 수비 도중 슬라이딩 캐치를 하는 과정에서 오른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올스타전 출전이 좌절된 바 있다. 추신수가 3년 전의 아쉬움을 딛고 시즌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의 영예를 누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