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감옥’ 왕따부터 ‘대출사기’ 피싱까지
카톡 감옥(왼쪽)과 도박사이트 홍보.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지난 2012년 6월, 강남 일대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는 경찰차가 이동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차량 2대와 오토바이 1대가 은근슬쩍 따라 붙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 단속차량을 미행하는 ‘미행조’였다. 미행조는 무전을 통해 총책 이 아무개 씨(33)에게 단속차량의 이동경로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동정보를 입수한 이 씨는 곧바로 성매매업주 10명에게 단체메시지를 보냈다. “짭새 움직입니다. 논현역 정차 중입니다” “강변북로 진입 한남대교 방면 직진 중입니다” 등의 단속정보는 하루 3만 원에 강남 일대 성매매 업주에게 팔려나갔다.
이 씨가 단속정보를 보낸 경로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었다. 실시간 중계가 용이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 일당은 경찰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단속차량 뒤에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결국 꼬리가 잡혔지만, 카카오톡이 범행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카카오톡이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도박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회원을 모집하는데 카카오톡의 ‘친구 추천’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지난 2012년 11월 카카오톡을 통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홍보하다 경찰에 붙잡힌 장 아무개 씨(37) 일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성인 PC방의 고객들이나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후 카카오톡 친구 추천을 활용해 친구로 맺어지면 집중적으로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홍보했다. 이 같은 홍보를 통해 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인원만 8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며 “친구추가를 하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남겨놓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사설 토토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자며 카카오톡 아이디를 남겨놓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기자가 직접 한 업자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친구 추가해 “토토 사이트를 추천해달라”라고 문의하자 “총판(토토사이트 홍보인)에 관심은 없냐”며 “수수료는 최대 35%까지 정산되니 관심 있으면 언제든지 카톡 바란다”며 친절하게 안내하기도 했다.
한편 청소년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이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괴롭히려는 상대를 초대해 욕설을 끊임없이 내뱉거나, ‘카톡감옥’을 만들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카톡감옥’은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상대방의 초대를 반복하는 것으로 한 번 걸렸다하면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시달리기 마련이다. ‘카톡감옥’에 걸려봤다는 한 네티즌은 “순식간에 메시지가 400~500개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2시간 만에 닳는 것을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며 “카톡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결국 카카오톡을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일방적인 단체 카톡방은 최근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일파만파로 번진다고 전해진다. 과대표 주도 하에 신입생들을 모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올해 경기 소재 한 대학교에 입학한 A 군은 “친분도모도 좋지만 이야기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 수많은 메시지를 그냥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막상 카톡방에서 퇴장을 하고 싶어도 뒷말이 나올까봐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A 군은 “선배들이 후배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집합’을 시키는 일들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카카오톡을 이용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알몸 사진’ 판매나, 조건 만남, 대출 사기 스팸 메시지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디만 있으면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 경찰 관계자는 “보통 1대 1로 은밀하게 대화하는 카카오톡 특성상 범행을 추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적극적인 제보와 신고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직장선 감시용 국회선 민원용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A 씨의 스마트폰에는 때때로 단체 카톡방이 열린다.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이나 업무의 돌발 상황 등을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
A 씨는 “현황을 파악하고 실시간 보고하는 일을 카톡으로 한 지는 이미 꽤 됐다”며 “보통 사내 메일을 이용하긴 하지만 긴급할 때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카톡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기업에서 카톡을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한 일이다. 카톡에 따로 ‘임원방’을 만들어 임원 회의를 진행하거나, 업무별로 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시용’으로 카톡을 이용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A 씨는 “사내 또 다른 팀은 카톡을 통해 출퇴근 보고를 하기도 하는데 상사가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이것은 어디서 찍은 것이냐’ 매일 물어봐 사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소문으로는 회사에서 사원들의 카톡 내용을 일일이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때문에 ‘카톡이라도 말조심해야 한다’고 서로 얘기하곤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카톡은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톡예산’이라는 말이 국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심사를 할 때 국회 예산 결산위원들에게 특정 사업의 예산을 올려달라는 민원을 쪽지에 써서 전달하는 관행인 ‘쪽지예산’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가 ‘카톡예산’이라는 것.
쪽지보다 간편해 예산안 심사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구가 먼 의원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쪽지예산 말고도 요즘은 카톡예산도 있다”며 “아직은 많지 않고 (이번 예산 심사 때는) 한두 건 정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A 씨의 스마트폰에는 때때로 단체 카톡방이 열린다.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이나 업무의 돌발 상황 등을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
A 씨는 “현황을 파악하고 실시간 보고하는 일을 카톡으로 한 지는 이미 꽤 됐다”며 “보통 사내 메일을 이용하긴 하지만 긴급할 때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카톡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기업에서 카톡을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한 일이다. 카톡에 따로 ‘임원방’을 만들어 임원 회의를 진행하거나, 업무별로 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시용’으로 카톡을 이용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A 씨는 “사내 또 다른 팀은 카톡을 통해 출퇴근 보고를 하기도 하는데 상사가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이것은 어디서 찍은 것이냐’ 매일 물어봐 사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소문으로는 회사에서 사원들의 카톡 내용을 일일이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때문에 ‘카톡이라도 말조심해야 한다’고 서로 얘기하곤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카톡은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톡예산’이라는 말이 국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심사를 할 때 국회 예산 결산위원들에게 특정 사업의 예산을 올려달라는 민원을 쪽지에 써서 전달하는 관행인 ‘쪽지예산’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가 ‘카톡예산’이라는 것.
쪽지보다 간편해 예산안 심사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구가 먼 의원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쪽지예산 말고도 요즘은 카톡예산도 있다”며 “아직은 많지 않고 (이번 예산 심사 때는) 한두 건 정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