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왜 나보다 많이 받지?’
# 억대 연봉을 바라보는 시선
90년대 한국 축구를 주름잡았고,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유력 축구인 A 씨는 “지금 선수들이 아주 부럽다. 우리도 당시 화폐 기준으로 적지 않은 몸값을 자랑했지만 현재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지금 선수들은) 1억~2억쯤, 억대 연봉은 우습다. 물론 이전부터 연봉 수준은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지만 진짜 공개가 이뤄지면서 (높은 액수에) 꽤 놀랐다”고 했다.
또 다른 축구인 B 씨도 “연봉은 가장 쉽게 선수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해외 진출도 자유롭다. 우린 러브콜도 많지 않았지만 어쩌다 기회가 오더라도 구단이 먼저 쳐내기 일쑤였다. 후배들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하지만 의아함도 있다. 이는 주로 팬들이 가진 생각이다. 과연 그 선수가 그 정도의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만하냐는 것. 이와 반대로 특정 선수가 이 정도밖에 받지 못하느냐는 의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례로 유력 구단으로 이적했던 베테랑 선수 C의 연봉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간 경우를 살필 수 있다. C는 이적하면서 대개 그래왔던 것처럼 계약기간 외 구체적인 연봉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를 둘러싼 소문은 파다했다. 연봉이 무려 10억 원대를 훌쩍 뛰어넘고, 각종 수당까지 합치면 20억 원대에 육박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루머도 많았다. 해당 구단이 전부 금전으로 연봉을 보상할 수 없어 모기업 차원의 CF 광고로 부족분을 채워줬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실제로 C의 올 시즌 몸값은 지난해 기대이하의 활약과 함께 다소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어지간한 동료들보다는 훨씬 많이 받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극히 일부이지만) 선수들 서로가 시샘하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왜 나는 이것밖에 받지 못하는데, 쟤는 왜 저렇게 많이 받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는 ‘쟤’가 ‘나’보다 실력이 좋지 못하다는 게 전제됐을 때 기준이다. 이는 연봉공개를 반대했던 구단들이 내세웠던 논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개인보다 조직이 핵심인 축구에서 선수들 간 위화감이 조성되면 화합이 어렵고, 결국 좋은 선수들은 (낮은 연봉에 박탈감을 느낀 나머지)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 연봉 산정 기준은?
선수들이 생각하는 몸값 산정의 기준은 무엇일까. 역시 국가대표 경험과 프로무대 경력이 중심이었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아봤는지 여부가 자신들 연봉의 많고 적음을 가른다고 보고 있었다. 구단 프런트 입에서 흔히 나오는 푸념 중 하나가 “A매치 출전도 못해봤으면서 잠깐 대표팀 훈련 캠프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사실 이마저 못해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같은 값이면 대표팀에 발이라도 담가봤던 이들이 연봉 협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선수 대리인 업무를 맡은 에이전트들은 소속 선수의 팀 내 위상을 중시한다. 해당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지 여부를 연봉 협상 주요 쟁점으로 삼는다. 중견 에이전트 D는 “정확히 수치로 활약상이 구분되는 골키퍼, 스트라이커 포지션이라면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다. 나타나는 게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는 수치화가 가능한 기록 종목이 아니다. 특히 공격 포인트 기회가 적고, 뭔가 확실히 내놓을 수 있는 부분이 없는 포지션 선수라면 아무래도 (요구 몸값을) 산정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소속 선수가 다쳤거나 기타 사유로 전열을 이탈했을 시에 투입될 만한 대안 선수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구단 입장에선 팀 운영 살림살이 규모를 많이 고려할 수밖에 없다. 샐러리캡이 국내 프로축구 규정에 존재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집행 가능한 예산 규모는 정해져 있다. 결국 그 선에서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 당연히 든든한 자금줄이 있는 기업 구단들이 도시민구단들보다 보다 많은 돈을 풀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이를 인정한다. ‘적은 연봉이 억울하면 실력을 인정받아 보다 좋은 팀으로 이적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 또한 구단들은 해당 선수가 지역 연고 출신인지, 그래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도 본다. 더불어 해당 구단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 여부도 체크한다.
일부 구단의 경우, 코칭스태프가 자체 평점을 매긴다고 한다. 일종의 고과평가다. 여기에 여러 항목들이 있지만 장래성과 팀 기여도, 기술, 장단점, 마케팅 가치 등이 있으며 심지어 해당 선수를 타 구단으로 팔았을 때 확보 가능한 이적료 규모도 있다고 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축구선수들 많이 받는 이유
세계는 넓고 뛸 곳도 많다
솔직히 종목별 연봉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프로축구 연봉 평균치 공개 이전부터 꾸준하게 흘러나왔고, 지금은 더욱 잦아진 목소리가 있다. 왜 축구가 타 스포츠에 비해 선수 연봉이 높게 책정됐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프로축구 관중수도 적은데,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까지 비난의 수위를 높여간다.
하지만 축구만의 특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이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선수들이 해외 무대를 밟을 지역은 크게 한정돼 있다. 그에 반해 축구는 거의 전 세계적인 스포츠다. 여기에 이적 조건도 크게 까다롭지 않고 지구촌 각 국에 시장이 열려 있어 눈을 돌릴 만한 곳이 많다. 선수들에 주어진 선택의 폭이 넓기에 기왕에 좋은 선수를 잡으려면 많은 돈을 줘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한때 일본 J리그도 몸값 거품을 줄인다는 명목 하에 선수들의 몸값을 크게 줄였으나 지금은 20억~30억 원(한화 기준)을 호가하는 선수들이 다시 늘어났다. 스타, 혹은 예비 스타들을 자국 리그에서 뛰게 하려면 결국 많은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프로 스포츠의 부정할 수 없는 논리는 결국 ‘돈’이다. ‘돈’을 줄이면 그만큼 규모도 축소되고, 관심도 역시 줄어든다. 하다못해 요 근래 세계적인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중동의 강력한 오일달러도 무시할 수 없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세계는 넓고 뛸 곳도 많다
솔직히 종목별 연봉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프로축구 연봉 평균치 공개 이전부터 꾸준하게 흘러나왔고, 지금은 더욱 잦아진 목소리가 있다. 왜 축구가 타 스포츠에 비해 선수 연봉이 높게 책정됐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프로축구 관중수도 적은데,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까지 비난의 수위를 높여간다.
하지만 축구만의 특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이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선수들이 해외 무대를 밟을 지역은 크게 한정돼 있다. 그에 반해 축구는 거의 전 세계적인 스포츠다. 여기에 이적 조건도 크게 까다롭지 않고 지구촌 각 국에 시장이 열려 있어 눈을 돌릴 만한 곳이 많다. 선수들에 주어진 선택의 폭이 넓기에 기왕에 좋은 선수를 잡으려면 많은 돈을 줘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한때 일본 J리그도 몸값 거품을 줄인다는 명목 하에 선수들의 몸값을 크게 줄였으나 지금은 20억~30억 원(한화 기준)을 호가하는 선수들이 다시 늘어났다. 스타, 혹은 예비 스타들을 자국 리그에서 뛰게 하려면 결국 많은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프로 스포츠의 부정할 수 없는 논리는 결국 ‘돈’이다. ‘돈’을 줄이면 그만큼 규모도 축소되고, 관심도 역시 줄어든다. 하다못해 요 근래 세계적인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중동의 강력한 오일달러도 무시할 수 없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