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있다 없다? “수십년 임상… 치료 만족도 높아”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이 불임 환자에게 뜸 시술을 하는 모습.
[사례1] 불임전문클리닉에서 ‘원인불명’으로 진단받은 부부가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부인과 황덕상 교수를 찾았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고려하고 있다는 부부는 그 전에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한방병원을 찾았다며 침 치료와 한약처방을 받았다.
1년 뒤 황 교수는 산후 한약을 지으러 온 다른 환자에게 그 부부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치료를 마친 부부가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즐거운 마음으로 임신을 시도했고 마침내 자연임신이 됐다는 것.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부부의 몸 상태를 개선하고 평소 생활 속에서 바른 생활을 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한 치료가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사례2] 지난해 5월 30대 초반의 여자 환자가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 이경섭 병원장을 찾아와 난임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신혼 2년차까지는 의도적으로 피임을 했으나 그 후로는 임신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힘들어 했다고 한다. 산부인과에서는 부부 모두 건강하다는 진단을 내렸고 배란 유도를 통한 자연임신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으며 3차례의 인공수정에서도 임신이 되지 않은 케이스였다.
이 병원장은 “환자가 병원을 찾을 당시 심신이 지쳐있었고 몸이 너무 마르고 찬 상태였다. 또 기력도 쇠약하고 신경도 예민했다”며 “그래서 자궁의 기능을 보해주고 배란 촉진 효과를 보이는 한약을 복용함과 동시에 예민해진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침 시술과 냉기를 회복시켜주는 뜸 시술을 복합적으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얼마 전 이 병원장은 그가 임신 3개월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불임(난임)을 한방치료로 극복한 이들의 사연이다. 언뜻 보기에는 한방으로도 충분히 불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임신을 두고 한방과 양방이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며 그로 인한 치료법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양방에서는 한방불임치료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자연스레 치료법도 ‘몸만들기’에 집중된다. 일단 불임진단이 내려지면 한·양방을 막론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양방에서는 해부 생리 병리 등을 통해 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확립한다. 반면 한방에서는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하는데 불임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전신의 증상과 체질을 고려해 불임치료에 임한다.
기본적으로 여성 불임일 경우에는 월경주기를 고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호르몬 분비기능을 정상으로 만들고 동시에 기혈순환을 원활하도록 돕는다. 순환되지 않는 어혈을 없애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도 중시한다.
남성의 경우 양정에 주목한다. 양정을 위해서는 성욕을 적절히 절제해 지나치게 부부관계를 갖지 말아야 하며 적당한 운동과 노동으로 과로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과음을 피하고 화내지 말며 입맛 위주의 기호식품을 너무 즐기는 것도 멀리하길 권한다.
이러한 한방불임치료에는 한약, 침, 뜸, 추나 요법 등의 치료가 시행되는데 불임환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처방을 내리진 않는다. 개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처방도 달라지는데 이 때문에 ‘임신 잘 되는 약’이라고 해서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한방불임치료는 전체 불임부부의 약 5%를 차지하는 원인불명 불임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원인불명의 불임부부 중에는 면역학적인 원인에 의한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방치료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남편의 정자에 대한 항체가 부인의 혈액, 경관점액 등에 산재해 정자를 도태시키거나 운동을 약화시켜 수정을 방해해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양방에서는 모두 정상으로 나타나 사람들이 곧잘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한방에서는 면역학 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경희한방병원 건물 전경.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이경섭 병원장은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려면 반드시 자궁상태나 건강상태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배란 유도제 등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또한 한방치료는 여성의 하복부의 혈류를 개선하고 체온을 상승시켜 착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허약한 자궁상태를 개선해 안전한 출산까지 돕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임신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방에서는 이러한 한방치료의 ‘효과’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한방불임치료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은 양·한방 협진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경희한방병원 황덕상 교수는 “이미 학문적으로 양·한방의 교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양방에서 시술되고 있는 보조생식술에 앞서 침, 한약 등의 치료로 착상 및 임신 성공률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 상호치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 순서와 시기를 조정한다면 얼마든지 양·한방 치료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방불임치료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불신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자가 만난 양방 의사들 가운데는 “한방불임치료는 전혀 효과가 없다. 섣불리 한방치료를 받다가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에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의 말처럼 주변에서도 한방불임치료를 받다 부작용을 겪었다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의학계에서는 불임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추측성 주장일 뿐이라고 반론했다. 이경섭 병원장 역시 “간혹 양방에서 어떤 약물로 인하여 내분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계해 시술을 받을 때 한약 복용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처방된 보신작용을 하는 한약들은 배란 및 착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전히 한방불임치료에 대해 의문을 갖는 환자들에게 황덕상 교수는 “한방불임치료에 대한 근거는 이미 국내외 연구 논문에 의해 상당히 증명이 된 상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방불임치료 사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하며 효과도 매우 만족스럽다는 보고가 있다”며 “오랜 전통과 우수한 교수진, 수십 년 이어진 임상 경험을 바탕이 된 병원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불임치료의 난적 ‘종교’
기도·굿하면 된다고? 오마이갓!
때로 종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에 임하는 불임(난임)부부에게 난적이 되기도 한다. 천주교 신자인 이 아무개 씨(여·35)는 불임진단을 받고 치료를 결심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씨는 “천주교라 해서 아무 이유 없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정란을 폐기하고 착상에 실패하고 예기치 않게 유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행위들이 교리에 어긋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양가 부모님들도 천주교 신자라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한다. 이 씨는 “1년여의 고민 끝에 남편과 합의 하에 시험관 시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다. 차라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라고 하셨다. 하지만 결코 아기를 포기할 수 없어 무릎까지 꿇으며 부모님을 설득했고 신부님께서도 우리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서 다독여 주셔서 겨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단 천주교인만 종교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여·32)는 원인불명으로 불임 진단을 받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김 씨는 “기독교 신자라 처음엔 시험관 시술이 꺼려지긴 했으나 신앙심보다 아이에 대한 간절함이 더 깊어 치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신앙심이 더 큰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씨는 한 달에 걸쳐 귀국을 위해 비행기 티켓도 구매하고 병원 예약까지 끝내 놓은 상태에서 친정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김 씨는 “부모님이 기도하면 임신이 된다며 시험관 시술을 반대하셨다. 인위로 임신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거스르는 행위라며 그 아이는 축복받지 못할 것이라 말하셨다. 그래도 한국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아예 집에 오지도 말고 연락을 끊자고 하시더라. 마음이 편해야 치료효과가 좋다던데 시작 전부터 속상해 결국 치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속신앙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불임치료의 과정이 고통스러웠던 부부들도 있다. 신 아무개 씨(여·37)는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시어머니의 손길에 이끌려 굿을 해야만 했다.
신 씨는 “임신이 안 되자 시부모님은 처음부터 액운을 떨쳐내야 한다며 굿을 권하기에 몰래 시험관 시술(3차례)을 받았다. 그러나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돼 지금껏 있었던 일들을 털어놨더니 바로 굿판을 벌이더라. 그 뒤에도 온갖 미신들을 다 따라하게 만들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한번은 몰래 병원을 찾았다가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단다. 신 씨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에 시부모님 몰래 병원을 예약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시어머니가 병원을 찾아왔고 진료실에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의사까지 나서서 시어머니를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해 2년 동안 우울증에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 씨는 홀로 지방으로 내려가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마침내 건강한 남자아기를 맞이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기도·굿하면 된다고? 오마이갓!
이 씨는 “천주교라 해서 아무 이유 없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정란을 폐기하고 착상에 실패하고 예기치 않게 유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행위들이 교리에 어긋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양가 부모님들도 천주교 신자라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한다. 이 씨는 “1년여의 고민 끝에 남편과 합의 하에 시험관 시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다. 차라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라고 하셨다. 하지만 결코 아기를 포기할 수 없어 무릎까지 꿇으며 부모님을 설득했고 신부님께서도 우리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서 다독여 주셔서 겨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단 천주교인만 종교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여·32)는 원인불명으로 불임 진단을 받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김 씨는 “기독교 신자라 처음엔 시험관 시술이 꺼려지긴 했으나 신앙심보다 아이에 대한 간절함이 더 깊어 치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신앙심이 더 큰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씨는 한 달에 걸쳐 귀국을 위해 비행기 티켓도 구매하고 병원 예약까지 끝내 놓은 상태에서 친정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김 씨는 “부모님이 기도하면 임신이 된다며 시험관 시술을 반대하셨다. 인위로 임신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거스르는 행위라며 그 아이는 축복받지 못할 것이라 말하셨다. 그래도 한국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아예 집에 오지도 말고 연락을 끊자고 하시더라. 마음이 편해야 치료효과가 좋다던데 시작 전부터 속상해 결국 치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속신앙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불임치료의 과정이 고통스러웠던 부부들도 있다. 신 아무개 씨(여·37)는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시어머니의 손길에 이끌려 굿을 해야만 했다.
신 씨는 “임신이 안 되자 시부모님은 처음부터 액운을 떨쳐내야 한다며 굿을 권하기에 몰래 시험관 시술(3차례)을 받았다. 그러나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돼 지금껏 있었던 일들을 털어놨더니 바로 굿판을 벌이더라. 그 뒤에도 온갖 미신들을 다 따라하게 만들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한번은 몰래 병원을 찾았다가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단다. 신 씨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에 시부모님 몰래 병원을 예약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시어머니가 병원을 찾아왔고 진료실에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의사까지 나서서 시어머니를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해 2년 동안 우울증에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 씨는 홀로 지방으로 내려가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마침내 건강한 남자아기를 맞이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