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윤창중 파문’에 발목 잡힌 정부가 엔저 등의 대책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서 증권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하지만 윤창중 사태로 청와대의 정책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통해 정부정책의 유통채널을 정비해야 하는데 당장 그 작업이 ‘올 스톱’ 상태다. 금융기관장은 물론 정부 산하 단체장들의 인선도 사실상 중단됐다. 당장 6월 초에는 중국 방문이 잡혀있어 청와대의 공공기관장 경제정책 실행은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 산하 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이뤄져야 정부 관련 예산이 집행되면서 경기활성화 정책이 펼쳐질 수 있는데 그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들도 공직기강 확립에 잔뜩 몸이 얼어붙어 움직이려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도 “경제가 걱정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장담할 수 없는데,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저렇게 딴 일에 발목이 잡혀 있으니 경제정책이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다”면서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러다 다음엔 정말 정권을 내줘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엔저 방치는 기업들의 이익전망 하향으로 연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달러당 엔화가치가 110엔까지 치솟을 경우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20조 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임을 감안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160조 원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1160조 원 대비 14%에 해당한다. 현재 코스피가 연초대비 3%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실적 쇼크가 현실화된다면 큰 폭의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증시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PBR이 1배 아래로 내려가면 시장가치가 청산가치가 낮다는 뜻인데, 현재 코스피는 간신히 PBR 1배를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기업들의 사정이 지금보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더 좋아질 리는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인 셈이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과거 추이를 보면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투자와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왔지만, 2004~2006년의 엔저 및 달러 강세는 국내 경기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결국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동안 한국 경기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정책적인 내수 부양으로 수출 부진의 효과를 상쇄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겠지만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거나 수출의 절대량이 늘기 전에는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선 일본도 수입물가 부담으로 오랜 양적완화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엔저 추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준선 기자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이 투자심리 둔화를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며 “7월 초 마무리되는 뱅가드펀드 매물 출회 이후 대형주가 가벼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점차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관심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엔저가 엔고 추세로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엔저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가격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종목들에 대한 선별적 투자를 권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그룹 전자계열 등 IT(정보기술)주가 선호 대상이다. IT주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비교해 기술·상품 경쟁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일본 경쟁사들보다 월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