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반값 등록금' 관련 보고 문건 등 국정원의 정치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9일 '반값 등록금' 관련 보고 문건을 공개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또한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의 작성 책임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 추 아무개 씨가 현재 청와대에 파견 근무 중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左派(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제의 문건 상단부에는 'B 실 사회팀 6급 조00'이라고 문건을 작성한 사람의 소속과 실명, 직원 고유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이 문건 제목, 작성일자(2011.6.1) 등과 함께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진 의원은 “B 실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익전략실'을 가리키는 것”이라면서 “문건의 작성일 옆에는 박원순 시장 관련 문건과 동일한 조직 고유번호(2-1)가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건의 최하단부에는 'B 실 사회팀 4급 함00(Y-00), 팀장 추00(Y-XX)'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이는 보고라인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의 직급과 실명, 직원 고유번호”라며 “해당 문건에 기재된 직원들은 2011년 당시 모두 실제 국정원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야당과 좌파 진영에서는 당·정이 협의하여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정부책임' 구도 부각에 혈안”이라면서 “그러나 이들의 정부책임론 주장은 지난 과오를 망각한 비열한 행태”라고 적시하고 있다.
사진=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반값등록금’ 관련 보고 문건 사본.
또한 “각계 종북 좌파인사들은 겉으로는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자녀는 외국에 고액 등록금을 들여 유학을 보내는 등 이율배반적인 처신”이라면서 민노당 출신 모 의원과 민주당 모 의원의 실명과 함께 자녀의 외국 유학실태를 열거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는 당연한 국민적 요구까지 종북·좌파의 허울을 씌워 심리전의 대상으로 삼아 여론을 MB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겠다는 의도가 문건에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문건에는 작성주체와 보고라인의 실명, 조직명까지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어 이 문건이 국정원의 문건이라는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정원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또한 진 의원은 “문건의 내용과 제보자의 메모를 종합하면 원세훈 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국익전략실이 정치적 현안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심리전과 사찰·공작을 광범위하게 수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이 문건이 국정원 문건임이 확인되는 즉시, 지난 MB 정권에서 얼마나 광범위한 정치개입이 어떠한 형태로 기획되고 실행됐는지 총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추 씨가 현재 국정원 파견 신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이번 사태가 청와대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국회 정보위 야당 측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건 작성 책임자로 지목된 추 모 씨가 현재 청와대에 근무 중”이라며 “국정원은 더는 발뺌하지 말고 정치개입 사실을 인정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