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분·공만 지켜도 다시 설 수 있다
욕심 때문에 낭패를 본 케이스가 A 씨다. 직장생활만 20년을 넘게 한 중견간부인 그는 최근 두 번이나 손해를 봤다. 먼저 그는 동료인 B 씨가 주식투자 하는 것을 보고 아무것도 모른 채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매일 얼굴을 맞대는 동료인 B 씨가 얼마를 벌었느니, 주가가 얼마가 올랐다느니 하는 이야기에 솔깃했던 것이다.
A 씨는 직장생활을 오래 했어도 집 한 칸 장만하고 자녀들 교육비에 쏟아붓다보니 노후준비가 슬슬 걱정이 되기도 했단다. 사실 부인 모르게 저축해 놓은 것도 좀 있고 알뜰한 살림을 하는 부인이 저축한 돈도 꽤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B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B 씨도 자신의 자금을 운용하던 것과는 달리 남까지 코치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A 씨는 B 씨의 조언을 받아 처음엔 조금 벌기도 했으나 1억 원의 종자돈은 6개월 만에 겨우 3000만 원만 남았다. 그렇다고 A 씨 입장에서 B 씨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거절하는 B 씨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했고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서 피 같은 노후자금을 날릴 수만도 없는 노릇. A 씨는 결국 본인이 직접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퇴근 후에는 주식 관련 서적을 보면서 이론을 익히고 증권사에 다니는 후배에게 부탁, 각종 실전 노하우를 배웠다. 이러기를 3개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원금보다 50%가 많은 1억 5000만 원을 만든 것이다. A 씨는 원금 회복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것에 마냥 뿌듯했다. 문제는 여기서 또 시작된다. 본인에게 각종 실전 노하우를 가르쳐줬던 후배가 ‘좋은 정보와 종목이 있으니 투자해 보라’는 제안을 해왔다. 자신을 성공시켜준 후배를 믿은 A 씨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1억 5000만 원 전액을 그 후배에게 맡겼다. 마침 본인도 직장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바쁜 때라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일임매매까지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아니 돈에 관한 한 실수가 아니라 욕심일 것이다. 후배가 한 종목을 매수하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고 말았다. 물론 그 와중에 잠시 상승하는 날도 있기는 했다. 그래도 ‘하루만 더 상승한다면…’ 하는 마음으로 매도보다는 보유 쪽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A 씨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후배가 몇 번 거래를 일으켜서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결국 가장 최근에 확인해본 결과 겨우 2000만 원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정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후배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고 처음 시작한 B 씨에게 묻기는 더 더욱 어렵다. 이익이 많이 났을 때 자제하지 못한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A 씨는 각고의 노력으로 1억 5000만 원을 만들었을 때 원금 1억 원은 물론이고 일정한 수익금만큼은 제외하고 투자를 했어야 했다. ‘돈에는 공짜가 없고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A 씨는 요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 때문에 하는 마음고생이라면 C 씨의 경우가 더 심하다. ‘돈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돈의 심리를 잠시 망각한 대가다. 그는 2년 전 사업을 하는 사촌형에게 잠시 투자를 했다. 아니 투자라기보다는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는 서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사촌형제 간에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빌려간 사촌형은 좀 천천히, 무이자로 상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C 씨는 이자까지 합쳐서 어서 갚으라고 성화를 부렸다. 이것이 ‘돈의 심리’다. 특히 형제, 친인척, 친구 간의 거래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섭섭함이 훨씬 더 커진다. 아마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컸던 만큼 섭섭함도 컸을 터. 처음에는 가볍게 대화를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가족 대 가족의 분쟁으로 확대되기 십상이다.
과거에 조금이라도 섭섭했던 이야기부터 최근에 있었던 본인들의 문제까지 들춰내면서 감정싸움이 되는 식이다. ‘친한 사이에 돈 거래를 하면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국 C 씨는 원금만 상환하는 조건으로 분쟁을 끝냈지만 마음의 상처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돈은 피도 눈물도 따지지 않는다. 오직 원금과 이자, 그 조건에 따라서 거래 당사자들의 입장이 달라지게 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들 어렵다는 요즘, 개인사업을 하는 D 씨에겐 힘이 나는 일이 있다. C 씨와는 정반대로 동서 덕을 본 경우다. D 씨는 사업이 잘나가던 시절 막 사업을 시작한 동서에게 적지만 아무 조건이 없이 자금을 지원했다. 동서지간에 빌려주는 것보다는 금액은 적어도 그냥 주는 것이 옳은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단다. 물론 부인도 동의했다.
그렇게 동서에게 돈을 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최근 자신의 사업 부진에 고민하던 D 씨에게 동서가 “빚을 갚겠다”면서 지원받았던 자금의 열 배나 되는 금액을 들고 찾아왔다. 그래봤자 당장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D 씨는 “주변에서 이렇게 지원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내가 헛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용기가 솟아 더욱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 한다.
돈의 심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같은 패턴으로 움직인다. 그중 기본이 되는 것은 ‘돈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 ‘공짜는 없다’, 이 세 가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본을 망각하고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한다. 절대로 잊지 말자. ‘피·분·공’!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