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인한 중견기업 '사모님'이 감옥이 아닌 외부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25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2002년 경기도 하남 검단산에서 발견된 숨진 여대생 사건을 다룬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이 전파를 탔다.
당시 사건은 한 여대생이 머리와 얼굴에 공기총 6발을 맞고 참혹하게 숨진채 발견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사 기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명문대 법대에 재학하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22세 하지혜 씨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사건 발생 1년 만에 살인범 두 명이 붙잡혔는데 그들은 부산의 한 중견기업 회장의 '사모님'인 윤 아무개씨로부터 1억7000만 원을 받고 청부살인 위탁을 받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쳐
윤 씨는 판사인 자신의 사위와 숨진 지혜 씨를 내연 관계로 의심해 현직 경찰관을 포함 10여 명을 동원해 두 사람을 미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종사촌 관계로 불륜이 아니였고 2년에 걸친 미행에도 소득이 없자 결국 조카를 시켜 지혜 씨를 살해하게 한 것이다.
2004년 5월 대법원은 청부 살해에 가담한 3명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윤 씨는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처음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이래 수 차례에 걸쳐 연장 처분을 받아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윤 씨는 입원 중에 가정사 등을 사유로 외박이나 외출을 한 기록도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과연 윤 씨의 질병이 수감 생활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중한 것인지 진상 파악을 위해 최근 형집행정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윤 씨가 이를 연장하려고 검찰에 제출한 진단서를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진단서에 기재된 질병은 유방암, 파킨슨증후군, 우울증 등 무려 12개에 달했다. 제작진은 대한의사협회의 협조 아래 각 과별로 전문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건 말이 안 되는데요. 진단서 써 준 의사가 환자하고 잘 아시는 분인가요?” “어떻게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용기 있게 진단서를 쓸 수가 있죠?”라고 반문했다.
또한 제작진의 취재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검찰은 방송을 나흘 앞둔 지난 21일 윤 씨의 형집행정지를 전격 취소하고 그녀를 재수감했다. 형집행정지 허가 기간이 6월 17일까지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검찰이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조기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