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큰 차남들 ‘회장님 눈에 쏙’
▲ 조현문 부사장(위)과 조현준 사장 | ||
조석래 효성 회장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슬하에 각각 세 명과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 차남 조현문 부사장, 3남 조현상 전무, 그리고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 차남 조현범 부사장은 모두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양가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식 부사장은 각각 효성의 주력분야인 섬유·무역부문과 IT산업을, 한국타이어의 마케팅본부와 한국지역본부를 맡아 경영 최일선을 누비고 있다.
그런데 이들 두 맏이에겐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두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효성과 한국타이어 지분율이 비교적 높지 않다는 것. 조현준 사장과 조현식 부사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율은 각각 6.94%와 5.79%. 양 그룹 총수인 조석래 회장(10.21%)과 조양래 회장(15.99%)은 물론, 차남들인 조현문 부사장(6.99%)과 조현범 부사장(7.10%)의 지분율에도 못 미친다. 대개의 재벌총수들이 장남에게 경영수업을 시키면서 훗날을 대비해 자신에 이은 2대주주로 만들어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4월 두 재벌의 총수일가는 나란히 지주사 지분율 높이기에 나섰다. 조석래 회장은 ㈜효성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늘렸고 한국타이어에선 조양래 회장과 두 딸, 미성년 손자들(조현식-현범 형제의 자녀들)까지 지분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양가 장남들의 지분율엔 변함이 없었다. 대개 총수일가 지분율 변동은 ‘회장님 인가’ 아래 이뤄지는 사안인 만큼 장남 지분율이 차남에 뒤지도록 놔두고 있는 두 회장의 속내를 궁금해 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최근 수년간 IT회사 인수·합병(M&A) 작업에 공을 들여 그룹 내 ‘IT 소왕국’을 구축했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ITX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필두로, 바로비젼과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등 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체와 벤처투자사 크레스트인베스트먼트, 그리고 럭스맥스와 인포허브, 소림, 테라디스플레이 같은 전자부품 업체들이 모두 조 사장 계열이다.
▲ 조현범 부사장(위)과 조현식 부사장 | ||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효성ITX는 당기순이익 3억 8200만 원을 기록, 흑자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4분기에 들어서 손실액이 커진 셈인데 공교롭게도 차남 조현문 부사장의 ㈜효성 지분율이 형을 앞지르게 된 때가 바로 이 시기다.
조양래 회장의 아들들인 조현식-현범 형제는 지난 1997년 나란히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의 지분율엔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지분율 무게추가 동생인 조현범 부사장 쪽으로 기울게 된다.
조현식 부사장은 2004년 해외영업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당시 상무가 된 조현범 부사장보다 한걸음 앞서나갔다. 그러나 2006년 조현식 부사장이 마케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조현범 부사장은 전략기획본부 부사장이 되면서 ‘장남 승계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이 뒤를 따르게 됐다.
일각에서 조현범 부사장이 맡고 있는 전략기획본부의 위상이 조현식 부사장의 마케팅본부에 앞선다는 시각에서 조현범 부사장 쪽으로 경영승계의 추가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2001년 조현범 부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3녀 수연 씨와 결혼, 대통령 사위가 됐다는 점 또한 조현범 부사장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조현범 부사장이 재벌가 자제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한국타이어 승계구도에 미칠 영향이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마케팅본부장이었던 조현식 부사장은 한국지역본부장까지 겸하게 돼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은 동생과 대조를 이루는 듯했으나 지난 3월 조현범 부사장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다시 날개를 펼 수 있게 됐다.
효성그룹은 고 조홍제 창업주에 이은 2대째에 이르러 장남 조석래 회장이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 4개사를 묶은 효성그룹을 갖고 차남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 막내 조욱래 회장이 대전피혁을 맡는 분가 과정을 거쳤다. 지금껏 후계구도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조석래-양래 회장 형제가 범효성가의 3대째 후계구도를 어떻게 펼쳐갈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