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CJ그룹은 비자금으로 검은 머리 외국인을 이용한 주가조작을 통해 기업 소유지분을 늘리고 시세조종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사실일 경우 탈세, 자금세탁, 재산도피, 기업 불법지배 등의 반사회적 행위를 종합적으로 한 것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다. 문제는 이러한 형태의 비리가 재계 전체의 비리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재벌기업들의 불법 비리의 실상이 계속 드러날 경우 기업경영이 혼란 상태에 빠지고 경제가 극도의 불안을 겪을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설상가상의 악재를 만났다.
의혹 확산의 도화선을 제공한 <뉴스타파>는 재벌기업 비리를 인민재판식으로 무분별하게 폭로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명단 공개는 양날의 칼의 성격을 띤다. 한편으로 비자금 조성과 역외 탈세라는 기업의 검은 거래를 밝히고 경제를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감정적 징벌을 유발하여 선의의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경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하게 명단만 밝힐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설립 방식, 성격과 목적, 활동과 자금의 사용 내용 등을 함께 밝혀 명단 공개의 참뜻을 살려야 한다. 또한 순차적으로 공개를 하여 기업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피를 말리는 것 역시 일괄적인 방식으로 바꾸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CJ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거와는 달리 탈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검찰의 수사는 횡령, 배임, 분식회계 등 범죄행위의 수사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탈세행위에 대해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검찰의 수사방향이 바뀐 것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지하경제 양성화다. 세수를 늘려 복지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탈세에 대한 수사가 우선적인 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는 정부의 세수 목적만 달성하면 비리구조를 다시 덮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재벌기업들의 비자금 운영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다. 방치할 경우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경제성장의 과실을 부당하게 재벌가에게 넘겨주고 국부를 지속적으로 유출시키는 재앙을 낳는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이번 비리를 근본적으로 척결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관련 기업들의 불법 비리 전모를 밝혀야 한다. 여기서 불법 자금의 회수와 탈세에 대한 징세는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가 이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재벌기업들의 순환출자 등 문어발식 지배구조를 민주적인 형태로 개혁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하여 비리의 재발을 막고 경제도약을 이끄는 견인차로서 재벌기업들이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재벌기업의 검은 비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끝나야 한다. 아니면 우리경제는 희망을 찾기 어렵다.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