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 농협(중앙회 본점: 수령처) 앞에 진치고 있을 줄이야…”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스파편의점. 시민들이 줄을 서서 로또를 구입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2002년부터 시작된 로또 열풍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수도 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당첨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의 웃다가 운 사연을 들여다봤다.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순간. 자신의 로또가 1등에 당첨된 순간을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그들은 1등 당첨을 확인한 토요일 밤부터 농협이 문을 여는 월요일 아침까지가 일생에서 가장 시간이 더디게 간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회사를 그만 둔 30대 초반 남성이라고 밝힌 A 씨는 매주 습관적으로 로또를 샀다고 했다. 그날도 그는 여느 토요일처럼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시간이나 때울 겸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터넷서핑을 하던 중 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000회 로또 1등 당첨 번호’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검색어를 클릭하며 지갑 속 로또용지를 꺼냈다. 아무 기대감 없이 번호를 확인하던 A 씨는 눈을 의심했다. 마셨던 술도 확 깨고 머리가 멍해졌다. 1등에 당첨된 것이었다. 번호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눔로또 공식 홈페이지까지 가서 다시 확인했다. 틀림없는 1등이었다. A 씨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를 미친 듯이 질렀다.
A 씨는 그 순간부터 5분에 한 번씩 시계를 확인했다. 주말 내내 인터넷 쇼핑을 하며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다 장바구니에 담았다. 차 구경도 했다. 그래도 월요일 아침까지는 시간이 너무 안 갔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이 되고 서울 중구의 NH농협은행 본점으로 로또를 교환하러 갔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괜히 겁이 났다. 누가 로또를 훔쳐가거나 잃어버릴 것 같았다. A 씨는 “결국 로또를 비닐에 넣고 봉인해 가슴에 테이프로 붙여서 갔다”며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모두 내 로또를 노리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농협 본점에 도착해 당첨금 수령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슴 졸이고 설랬던 주말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22억 원이 찍힌 통장을 들고 농협 본점을 나서는데 세상이 다르게 보일 정도였다.
A 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로또 당첨금을 수령하고 새로운 출발을 각오하지만, NH농협 본점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기꾼의 표적이 돼 돈을 몽땅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B 씨는 지난 2010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그는 당첨금의 일부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적금을 들어놨었다. 유용할 수 있는 당첨금을 가지고 사업을 계획하던 B 씨는 우연히 C 씨를 만나게 됐다. C 씨는 B 씨와 같은 대학 동문이라며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B 씨는 그에게 로또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처럼 로또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친인척뿐만 아니라, 돈 냄새를 맡은 온갖 사람들이 접근을 하는 바람에 당첨자들 대부분은 로또 1등 소식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수원에서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 그의 가게는 번화가가 아닌 동네에 위치해있어 주민들이 많이 찾았다. 매주 와서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가게에 앉아 놀다 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지난 2011년 8월 이 씨는 나눔로또 측으로부터 그의 가게에서 당첨 1등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첨된 이가 누굴까 궁금해 하던 차에, 매주 로또를 사러오던 동네 주민 중 한 명이 그 날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동네 주민들 말로는 그가 로또에 당첨돼 몰래 이사를 떠났다고 했다. 이 씨는 “한편으론 그가 잘 돼서 좋긴 하지만, 그동안 정이 있는데 말도 한마디 없이 떠난 건 좀 씁쓸하긴 하다”고 전했다.
로또 당첨 사실을 배우자한테까지 비밀로 한 남성도 있었다. D 씨는 지난해 로또 1등 19억 원에 당첨됐다. 그는 부인에게도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혼자 당첨금을 받으러 갔다. D 씨는 당첨금이 담긴 통장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잘 숨겼다. 배우자도 모르게 비자금을 잘 만드는 듯 싶었다. 그러나 D 씨는 한 가지 까먹은 것이 있었다. 당첨금 영수증과 세금계산서 등을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놓은 것이다. 옷을 세탁 맡기려던 아내가 주머니에서 그것들을 찾아냈다. 부인은 그날 밤 D 씨에게 “나도 못 믿는 것이냐. 나와 헤어질 생각이었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D 씨는 결국 아내에게 잘못을 빈 끝에 이혼을 면할 수 있었다.
로또 당첨으로 인해 오히려 행복했던 삶이 끝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011년 10월 최 아무개 씨는 로또 1등 13억 원에 당첨됐다. 이후 그는 여자도 만나 결혼을 했다. 장밋빛 인생이 펼쳐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로또 당첨금만 믿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 과음을 하고, 로또 구매에 많은 돈을 썼다. 1년도 되지 않아 당첨금 13억 원 중 그에게 남은 돈은 5000만 원에 불과했다. 견디지 못한 부인은 이혼을 요구했다. 이에 최 씨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한편, 불로 달군 흉기를 휘두르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결국 지난해 7월 그는 경찰에 붙잡혔고, 인천남동경찰서는 그를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로또 당첨자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또한 지난해 7월 광주의 한 로또 1등 당첨자가 주점 사업실패 및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로 당첨금 18억 원을 모두 날리고 동네목욕탕 탈의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노끈으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로또 조작 논란 진실은
공에 자석을? 무거운데 뜨겠나!
지난 18일에는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무려 30명이나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역대 최다 기록으로 1인당 돌아가는 당첨금도 각 4억 594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부산의 ‘부일카서비스’에서만 10명의 당첨자가 배출되기도 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시금 로또 조작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로또 조작설을 주장하는 쪽의 문제 제기를 보면 ‘로또 방송이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다’ ‘공의 무게를 달리해 떠오르는 번호를 조작할 수 있다’ ‘해킹을 통해 당첨 번호를 추후에 입력할 수 있다’는 등의 점이다. 그러나 복권위원회는 제546회 차에 30명의 당첨자가 이례적으로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먼저 복권위에서는 로또 방송이 사전녹화가 아닌 생방송이라고 발표했다. 복권위의 한 관계자는 “생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해 사전 리허설을 몇 번 실시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이 사전녹화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의 무게를 달리해 조작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매주 로또 추첨장에는 1부터 45까지 숫자가 적힌 공이 든 가방이 다섯 개 준비되는데, 각 가방의 공을 무작위로 뽑아 무게와 크기를 사전 점검한다. 그리고 경찰관 2명이 참관하는 가운데 방청객 중 한 명이 추첨기에 들어갈 공의 가방을 랜덤으로 선택해 어떤 공이 들어갈지 알고 조작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관계자는 “공에 자석을 넣어 조작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오는데, 공에 자석을 넣으면 무거워서 바람에 뜨지 않을 텐데 금방 탄로 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당첨번호 발표 후 해킹을 통한 번호 입력에 대해서도 복권위는 이미 2009년 감사원이 전문가를 동원해 복권 시스템을 검증했지만, 조작은 현실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복권위의 한 관계자는 “당첨자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추첨방송이 끝나는 밤 8시 45분부터 9시까지 15분 동안 메인시스템, 백업시스템, 제1감사시스템, 제2감사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해 자료를 위·변조하고, 복권 발매기로 실물티켓을 인쇄하는 한편, 추첨보고서까지 조작해야 가능한 상황인데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공에 자석을? 무거운데 뜨겠나!
로또 조작설을 주장하는 쪽의 문제 제기를 보면 ‘로또 방송이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다’ ‘공의 무게를 달리해 떠오르는 번호를 조작할 수 있다’ ‘해킹을 통해 당첨 번호를 추후에 입력할 수 있다’는 등의 점이다. 그러나 복권위원회는 제546회 차에 30명의 당첨자가 이례적으로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먼저 복권위에서는 로또 방송이 사전녹화가 아닌 생방송이라고 발표했다. 복권위의 한 관계자는 “생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해 사전 리허설을 몇 번 실시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이 사전녹화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의 무게를 달리해 조작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매주 로또 추첨장에는 1부터 45까지 숫자가 적힌 공이 든 가방이 다섯 개 준비되는데, 각 가방의 공을 무작위로 뽑아 무게와 크기를 사전 점검한다. 그리고 경찰관 2명이 참관하는 가운데 방청객 중 한 명이 추첨기에 들어갈 공의 가방을 랜덤으로 선택해 어떤 공이 들어갈지 알고 조작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관계자는 “공에 자석을 넣어 조작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오는데, 공에 자석을 넣으면 무거워서 바람에 뜨지 않을 텐데 금방 탄로 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당첨번호 발표 후 해킹을 통한 번호 입력에 대해서도 복권위는 이미 2009년 감사원이 전문가를 동원해 복권 시스템을 검증했지만, 조작은 현실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복권위의 한 관계자는 “당첨자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추첨방송이 끝나는 밤 8시 45분부터 9시까지 15분 동안 메인시스템, 백업시스템, 제1감사시스템, 제2감사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해 자료를 위·변조하고, 복권 발매기로 실물티켓을 인쇄하는 한편, 추첨보고서까지 조작해야 가능한 상황인데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