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
왼쪽부터 김무성 의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사석에서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4월 부산 영도 재선거로 국회에 다시 들어온 5선의 김무성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 앞 다퉈 ‘미래권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권 내 차기 주자로 그를 리스트에 올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대망론’까지 거론하는 형국이다. 김무성 의원의 존재감은 공식적으로는 그의 입에서, 비공식적으로는 그의 행보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5·18기념행사용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해야 한다”든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중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땐 “청와대 직원들이 금주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고, 윤 전 대변인 임명도 박 대통령의 고집스러운 뜻이었다는 것을 아는 정치권 호사가들은 “들여다보면 다 박근혜 대통령 들으라고 한 소리 같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자당 소속 소수 의원과 저녁 자리를 자주 가지면서 ‘형님 동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만난 수가 4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서 정치를 배운 만큼 ‘좌장 정치, 보스 정치, 낭만 정치’를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고, 특유의 거칠고 솔직한 입담은 남성성이 큰 정치판에서 큰형님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과 관계가 돈독한 한 정치부 기자는 “김 의원은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돌려 하지는 않는다. 친해지면 ‘형님’이 되고 아무리 고참 기자라도 ‘야 인마’ 정도는 스스럼없이 한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기자들의 생각”이라며 “과거 정치에 대한 에피소드를 거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고 들을 만하다. 기자들이 그 주위에서 끊이질 않는 이유다. 확실히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라고 귀띔했다.
김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1회든 2회든 언제나 등판 가능한 구원투수라 빗댄다. 이르면 10월 재·보선 결과를 두고 그가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 소식에 밝은 정보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포스트 박’을 점지해놓지 않았을까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재·보선 부산 영도 공천을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김 의원에 진 빚을 갚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략적인 평가죠. 박 대통령으로선 ‘후계자 김무성’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겁니다.”
아직 당과 국회에 ‘직’이 없는 김 의원의 위상이 이 정도라면 당의 중책을 맡고 나서는 청와대 공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충성심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18대 국회 때 탈 박근혜 행보를 한 적이 있는 김 의원이 그리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항마로 회자하는 인물이 바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다.
“비서실장은 보스의 손과 발이고, 직능은 선거에서 말을 움직이는 장군이다. 직능 파트에 많은 보좌진이 파견됐고 청와대에도 많이 가 있다. 이미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수장인 안행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것은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다.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최근 유 장관을 두고 내년 6월 지방선거 경기지사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 장관의 전국적 인지도나 수도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연막작전이라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최근 유 장관이 경기지역을 ‘아주 자주’ 방문하고 있고,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지만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해석에는 몇 가지 해설이 따라붙는다.
우선 유 장관이 TK(대구·경북)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박 대통령으로선 안심이다. TK 지역은 앞으로도 ‘박정희+박근혜 향수’로 공고한 새누리당 우호 지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천 출신인 유 장관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표밭인 수도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후계자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또한 굳이 경기지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유 장관 경력관리는 청와대가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안행부 장관으로서 공무원 세계에서 점수를 따고, 경제계 노동계 쪽으로 수평 이동이 가능하다. 연세대 학생회장 출신이고 23회 행정고시로 관계에 입문한 그는 초대 민선 김포군수였다. 스토리가 있다.
무엇보다 학사장교 1기로 육군중위로 전역한 몇 안 되는 고위 공무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 제의가 왔을 때 박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도 있다. ‘인사 청문회 파동’을 겪은 박 대통령으로선 두 차례나 청문회를 통과한 유 장관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현재 원조 친박으로 진영 복지부 장관도 있지만 그 역시도 ‘바깥 행보’를 펼친 적이 있어 신임이 크지 못하고,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미 멀어진 사이라는 해석이 팽배하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중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기엔 대언론 관계가 유연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