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먹튀에 고래들 책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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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을 찾습니다 동아건설이 입주해 있는 건물 내벽에 붙은 현상금 전단지.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동아건설이 박 부장의 범행을 알아차린 것은 지난 7월 9일. 박 부장이 무단결근한 채 연락이 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회사 측이 자금 운영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은행으로부터 채무변제자금을 받기 위해 꾸민 것으로 추정되는 위조서류 등을 발견한 것이다. 동아건설은 다음날 박 부장과 유 과장을 사기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유 과장을 체포해 당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고 달아난 박 부장에 대해서는 수배령을 내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동아건설은 발칵 뒤집혔다. 박 부장과 10년 이상 같이 일했다는 한 직원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1978년 입사해 31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 부장은 평소 말수가 적고 성실해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경영진으로부터도 능력을 인정받아 프라임에 인수되기 전부터 자금부문을 맡아 관리를 해왔다. 그랬던 박 부장이었기에 회사 내부의 충격은 더욱 큰 듯했다.
한때 파산의 아픔을 겪었던 동아건설 직원들은 이번 사건이 장기화돼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박 부장 찾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들은 여름 휴가비를 반납해 조성한 3억 원을 박 부장 현상금으로 내걸고 전단지를 만들어 지하철역 등에서 배포하고 있다. 또한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직원들 스스로 ‘체포조’를 만들어 교대로 박 부장 연고지에서 잠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장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수차례 빼돌린 채무변제자금은 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받을 당시 미확정 채권자들을 위한 회생 채무용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채권자가 법원에서 채권 확정 판결을 받으면 동아건설은 이를 신한은행에 통지해 수익자에게 입금되도록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박 부장은 채권자가 지급을 요청한 것처럼 청구서를 위조하고 회사 인감을 찍어 은행에 제출해 돈을 받았다고 한다. 박 부장은 채무변제자금 계좌 변동 내역도 회사에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경찰은 박 부장이 빼돌린 돈의 일부분을 도박에 탕진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부장은 평소 강원랜드 등에서 도박을 즐겼고 지난해 6월엔 사기도박단으로부터 50억 원가량을 잃고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었다고 한다. 구속된 유 과장도 경찰 조사에서 “박 부장은 빼돌린 돈을 마카오 원정도박이나 국내 카지노 경마장 등에서 썼다. 나는 1억 원을 받아 빚을 갚고 주식투자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도박을 즐기던 박 부장이 과거에도 회사 돈을 빼돌린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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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신한은행 측은 “동아건설로부터 지급 요청을 받으면 입금해줄 뿐이다. 우리는 수익자가 확정된 채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도 없고 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쟁점은 박 부장이 지위를 이용해 채무변제자금을 유용한 것”이라며 “법인 인감과 직원 관리에 소홀한 동아건설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운용내역 통보 사실을 놓고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동아건설이 “채무변제자금 지급내역을 우리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하자 신한은행은 “즉시 동아건설에 알려줬다. 서면으로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삼는데 이메일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받아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아건설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외국계 시중 은행장은 “채무변제자금을 지급할 때는 서면통보를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동아건설 법정관리인과 신한은행이 맺은 특정금전신탁계약 5조에도 이 내용이 명기돼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박 부장과는 오래 전부터 거래를 해와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법인 인감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고 담당 직원도 동일한 상황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동아건설과 신한은행이 한 치 양보 없는 대결구도로 가고 있는 것은 향후 있을 법정 공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일 것이란 관측이다. 양측은 일단 경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방침이지만 민·형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결국 법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박 부장이 잡히더라도 돈을 돌려받기는 힘들다. 돈을 맡긴 채권단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두 회사가 사활을 건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 모두 그룹 차원의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 그룹 회장이 모두 구설에 올랐다는 것에 주목한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일단 경찰은 달아난 박 부장 체포와 수표 추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박 부장이 유 과장과 단둘이서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또 다른 공모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아건설과 신한은행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신한은행은 자체 확인 결과 이번 사건에 관련된 직원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동아건설 역시 “그랬다면 우리가 고발을 했겠느냐”며 자신만만한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인해 줄 순 없지만 890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혼자 썼겠느냐. 금액이 워낙 커 어딘가로 흘러들어갔는지를 수사진이 추적하고 있고 그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