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14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란 전을 앞두고 있다.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더욱 다양한 화제가 집중되고 있는 까닭은 바로 두 팀의 과도한 신경전이다. FIFA에서까지 양 팀의 지나친 신경전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이란 대표팀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은 거듭된 막말 논란에서 한 단계 진보해 최강희 감독을 비하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탈코리아>는 익명의 베조바를 통해 케이로스 감독이 최강희 감독의 얼굴에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을 가슴에 달고 웃는 모습을 단독 공개했다. 이 정도 되면 단순한 신경전을 뛰어넘는 행위다. 대한축구협회가 FIFA 제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케이로스가 이런 행동과 막말을 거듭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KBS 뉴스 화면 캡쳐
우선은 상대팀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심리전이다. 이란은 홈경기로 치러진 대한민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거듭된 막말은 기본, 터무니없는 장소를 훈련장으로 내줬다. SBS 중계진의 중계석까지 말도 안 되는 장소로 급격히 변경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런 심리전 때문인지, 이란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궈냈다. 이번엔 원정경기를 치르는 만큼 이란 입장에선 더욱 강력한 심리전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을 뒤흔들어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머쥐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두 번째는 자체적인 심리전이다. 거듭된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대립각을 통해 이란 대표팀의 결속력을 다지고 투쟁심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란은 대한민국에 패할 경우 카타르를 상대로 승리가 유력한 우즈베키스탄에 본선행 티켓을 내주게 된다. 우즈베키스탄이 대한민국에 분패했음에도 경기력을 칭찬하며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 달라고 부탁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절실한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대표팀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이런 행보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케이로스 감독이 최강희 감독의 얼굴에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을 가슴에 달고 있었던 까닭은 대한민국이 우즈베키스탄에 더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있다. 최강희 감독의 “우즈벡보다 이란이 더 밉다”는 말에 케이로스 감독이 “우즈벡 유니폼을 줘야겠다”고 조롱섞인 발언을 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이 이란을 싫어하고 우즈베키스탄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이란을 이겨야 한다. 이럴 경우 싫은 이란은 브라질 행에 실패하고(물론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에 갈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우즈베키스탄이 대한민국과 손잡고 브라질에 가게 된다. 결국 케이로스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을 좋아해 반드시 이란을 이기려고 들 테니 이란이 반드시 대한민국을 이겨야 한다’는 의식을 이란 대표팀 선발 선수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로 이런 심리전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노림수는 무승부 작전을 위한 포석이다. 자칫 한국과 이란의 경기는 이란의 비기기 전략으로 흥미가 떨어지는 게임이 될 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승리할 지라도 이란은 대한민국과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케이로스 감독의 노림수는 비기기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절실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한 굳건한 수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기기 전략은 너무 큰 모험수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케이로스 감독은 심리전을 통해 이란 대표팀의 정신력을 최대한 다잡으려는 심산일 수 있다. 또한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침대축구로 무승부를 거둘 경우 본선에 진출할 지라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부분을 거듭된 막말과 돌발 행동을 통한 대립각으로 풀어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과의 거듭된 논쟁으로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지만 그라운드 상황과 지나친 몸싸움으로 부상이 많아진 것일 뿐 의도적인 침대축구는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는 것. 장마비까지 더해져 이란의 전략은 더욱 효과적으로 먹힐 수도 있다.
물론 케이로스 감독이 다양한 노림수를 두고 이런 심리전을 펼칠 지라도 한국이 승리를 거둘 경우 모두 허사가 된다. 이란 대표팀 입장에선 자칫 지나친 심리전에도 불구하고 패배할 경우 플레이오프를 치를 동력마저 잃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강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케이로스 감독이 사지에 몰려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