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면 재보선까지 질질
새누리당이 갑자기 고 노무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들고나온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체적으로 전형적인 ‘물타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빤한 수라 역풍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일부 고위 당직자 사이에선 면밀한 실태 조사 후 사과할 것은 하되 ‘어쩔 수 없었던 일’로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당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전임 국정원장(원세훈)의 부적절한 대선개입과 사정당국 간부 개인(김용판)의 과잉충성으로 빚어진 사건’이라는 프레임(Frame)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현 주중 대사나,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마당이어서 “빨리 출구전략을 찾지 않으면 여러 사람 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끌면 끌수록 ‘국정원 게이트’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사과 후 재발방지책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란 주문도 있다. 이를 위해 의원과 보좌진, 정책 관계자들이 브레인스토밍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종합하면 ‘국정원장의 임기가 보장돼 있지 않아 정치적이라는 딱지가 붙는 만큼 정확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끝낼 인사가 아니라 국회의 임명동의안을 거쳐 여야 모두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국정원이 정치나 선거에 개입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낸다, 국정원 직원의 국회 출입을 일절 금한다’ 등등의 실현 가능성이 크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새누리당이 약속한 국정조사를 발뺌할수록 더욱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당’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 10월 재·보선까지 끌어간다면 ‘이길 수 있는 승부’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첫 시험무대에 들게 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뢰관계에 있어야만 청와대에 직언할 수 있다”고 공언한 최 원내대표가 여의도에 남은 친박계 최측근으로서 청와대와 어떤 조율을 이뤄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