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입히고 악취 벗기는 ‘해결사’ 떴다
▲ 국내에 ‘향기 관리’ 사업을 처음 도입해 큰 화제를 모은 최영신 바이오미스트 사장. 최근 문화재보존사업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바이오미스트(www.biomist.co.kr) 최영신 사장(52)은 해외에서 ‘향기관리’ 라는 새로운 사업을 발견하고 이를 국내에 도입, 창업시장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70여 개의 가맹점을 개설하고 기록물 및 문화재보존사업, 축사 환경개선사업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의 ‘향기 있는’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향기’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고차 매장에 새 차에서 나는 가죽 향을 뿌려 신차 구입과 다름없는 느낌이 들게 하고, 원목가구점에 소나무 향을 뿌려 가구에서 소나무 향기가 나는 것처럼 하는 것이죠. 향기가 무의식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매출 증가를 유도하는 셈이죠.”
100여 종의 다양한 향기제품을 개발, 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해 주는 것이 최영신 사장이 하는 향기관리 사업이다. 고급 호텔과 백화점, 고급 의류 매장 등 다양한 업체에서 그의 제품을 활용하고 있단다. 현재까지 개설된 70여 개의 가맹점은 적게는 200만~300만 원, 많게는 3억 원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진율도 60~65%로 높은 편이다.
15년 전만 해도 그는 향기와는 무관한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경영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고 인력난에 허덕이는 등 경영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고. 국내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길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1994년 뉴질랜드행을 결심했단다. 이민을 생각하고 찾은 그곳에서 우연히 향기관리업을 접하고 창업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바로 해충 문제죠. 대응책으로 약품이 아닌 향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죠.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했지만 친환경 사업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향기제품 업체인 뉴질랜드의 E 사를 찾아가 한국 총판권을 따냈다. 1억 원이 넘는 이민 자금을 털어 E 사 주식도 취득했다. 그리고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구로동에 50㎡(15평) 사무실을 마련하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람들은 돈을 주고 향기를 구입하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화장실에 사용되는 싸구려 분사기와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수백만 원을 들여 신문 광고도 해 봤지만 뾰족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죠.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1년 넘게 이어졌다. 그러다 우연히 창업과 관련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주력 제품을 해충과 유해균 관리가 아닌 향기관리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급 호텔과 백화점, 고급 의류 매장에 무상으로 시스템을 설치, 향기를 관리해 주면서 고객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소자본, 무점포로 창업이 가능한 데다 경쟁자가 없다는 장점도 창업자들을 끌어들였다. 가맹점이 순식간에 100여 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복병이 등장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환율이 급등, 제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사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본사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E 사와 공급 계약을 종료하고 국내에서 제품을 자체 개발하기로 결심했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끝에 꽃과 나무 등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국산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가격도 수입 제품에 비해 20% 정도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1998년에는 회사명을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로 바꿨다. 가맹점도 재정비 작업을 거쳐 70여 개로 정리됐다. 현재 100여 가지가 넘는 제품은 크게 마케팅 향기, 해충 관리, 유해균 관리, 악취 관리 부문으로 나뉜다.
마케팅 향기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업체에 공급된다. 의류 브랜드 ‘후아유’와는 맞춤 향기를 제작해 모든 점포에 같은 향을 공급, 관리해주고 있고,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신한은행 PB(프라이빗뱅킹)룸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단다. 해충 및 유해균 관리는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 관리로 영역이 확장됐다.
“보존 가치가 높은 오래된 기록물은 곰팡이와 해충 등 생물학적인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에서 생산되는 3억~3억 5000만 원 상당의 기계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었고요. 일본 제품은 고가인 데다 살균작업이 번거롭고 폐수처리 등의 환경문제까지 발생해 국내 제품 개발이 시급했죠.”
최 사장은 한국기계연구원 충남대학교와 공동으로 3~4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 장비 ‘바이오마스터’를 개발했고 가격도 수입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독립기념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등 10여 곳에 장비를 납품한 상태다. 최근에는 강원도에 위치한 박경리 선생의 토지문학관에 비치된 원고와 책 등을 보존하는 작업도 실시하고 있단다. 10월에는 말레이시아에 기계를 수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로그램화된 첨단 자동분사장치는 친환경 축사환경 개선 시스템에도 활용되고 있다. 천연 살충제와 자동분사장치가 만나 냄새를 잡아주는 등 친환경 소독 역할을 하는 것. 현재 경북지역 20~30곳의 축산 농장에 분사시스템을 설치했다고 한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은 30억 원을 넘어섰단다. 내년에는 50억 원 정도로 매출 목표를 상향했다고. 올해 9월에는 대전에 설치돼 있었던 대덕연구소를 서울 양천구 목동 사옥으로 이전, 통합 작업을 마치고 업무 효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란다.
최 사장은 “과거 향수가 개개인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면 현재의 향기 산업은 장소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매출증대, 질병예방, 환경개선 등 다양한 분야로 개척될 것이다. 그 중심 역할을 바이오미스트가 하겠다”며 ‘진한 향기’를 남겼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