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끊으려 ‘’그냥 먹지요^^‘’
여성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시도했다 백기를 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다이어트다.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C 씨(여·30)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급속히 불어난 체중 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단 하루 만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초에 큰맘 먹고 살을 빼기로 결심했어요. 무턱대고 덤비지 말고 머리를 쓰자, 지능적인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맘먹었죠. 양배추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영양성분에다 칼로리까지 철저하게 조사했어요. 그래서 대망의 1월 1일, 영양식을 만들었어요. 양배추 토마토 양파 당근 등을 끊이고 갈아 넣고 심혈을 기울였죠. 냉장고에 쟁여두고 오래 먹으려고 큰 통에 가득 만들어서 페트병으로 20병이 넘게 만들었어요.”
C 씨는 마법의 비약을 만들 듯 밤새 끓이고 젓고 온 정성을 다했다. 휴일이 끝나고 새해 첫 출근 날 아침, 곱게 꺼낸 비약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는 바로 게워내야 했다. 그는 “세상에 그렇게 역한 맛은 처음이었다”며 “코를 막고도 먹어봤지만 3일 전 먹은 것까지 다 토해낼 것 같은 맛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교훈. ‘다이어트는 그냥 무식하게 덜 먹고 미친 듯이 운동하는 길밖에 없더라.’
일명 ‘덴마크 다이어트’도 작심삼일을 유도한다. 맛있는 과일로 구성된 식단이라 어려움 없이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착각한다. 건강식품 관련 회사에 다녀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J 씨(여·27)는 정확히 ‘3일천하’를 이루고 포기했다.
“한마디로 돈 낭비였어요. 비싼 과일 위주의 식단이었거든요. 키위 자몽 오이 달걀 등 재료값이 만만치 않은 품목이 많았는데 번거로움을 줄이겠다고 한 달 치를 한꺼번에 구입했죠. 그것도 큰돈이더라고요. 정말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결과적으로 3일 만에 3㎏을 빼고 5㎏이 돌아왔어요. 원인은 한 가지예요. 갑자기 먹는 양을 줄인 데다가 자극적인 음식이 하나도 없으니 끓어오르는 식욕을 당할 수가 없었죠. 4일째 되는 날 맥주와 치킨의 유혹에 넘어갔는데 신경 써서 몇 조각 안 먹었는데도 바로 1㎏이 ‘복귀’하더라고요. 그 후 아예 마음을 풀고 무섭게 먹기 시작해서 5㎏이 찐 다음에야 정신이 들었어요.”
J 씨의 다이어트는 실패 이상의 결과를 불러왔다. 그렇게 찐 5㎏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인 것. 그는 “정말 일주일도 못 가 정확히 3일 만에 실패하고 나니까 왠지 스스로 굴욕적인 기분까지 들었다”며 “앞으로 무리한 계획은 절대 세우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J 씨의 새해 목표는 그렇게 찐 5㎏을 빼는 것이다.
다이어트만큼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 공부다. 3일은커녕 하루도 못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K 씨(여·26)는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에 도전했다가 마음의 짐만 늘었단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압박이 심한 건 아니지만 직장생활 시작하면서 뭔가 이뤄보겠다고 결심한 게 바로 자격증이었어요. 수준 높은 동영상 강의 찾겠다고 며칠간 인터넷을 헤매고 다녔죠. 강사도, 관련 교재도 수십 가지라 결정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 다음에 여러 권의 책을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했어요. 그런데 책이 다 도착하고 나서 해야지, 하다가 지금까지 그냥 왔어요. 창피하지만 책 구입 후 한 번을 넘겨보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사실 반 포기 상태인데 돈 아깝다는 생각만 자꾸 들어요.”
며칠 전 K 씨는 더욱 씁쓸함을 맛봤다. 손도 안 댄 교재들을 중고시장에 내놓고 단 얼마라도 건져보려고 했던 그의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간 것. “알고 보니 법이 바뀌기 전에 구입한 거라 이젠 아예 쓸모가 없어서 고물상에 넘길 판”이라며 “결국 따야 되는 자격증이라 언젠가는 또 책을 구입해야 할 텐데 이젠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고 고백했다. ‘많은 돈을 들이면 아까워서라도 한다’는 속설 때문에 이것저것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L 씨(29)도 수없이 많은 작심삼일을 겪었다. 공무원이라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결과가 본전은커녕 마이너스다.
“작심삼일, 자잘한 것들은 기억도 안나요. 하지만 많은 돈을 투자했던 실패들은 떠올릴 때마다 쓰라리죠. 영어공부 좀 해보겠다고 스파르타식으로 유명한 학원에 등록했어요. 결과는 보장한다기에 과감하게 6개월 치를 미리 결제했죠. 첫 날 사람을 달달 볶는 수업방식 때문에 질리기 시작했는데 결국 딱 두 번 나갔습니다. 배에 ‘식스 팩(王)’을 만들고 싶어서 3개월 헬스이용권을 끊었는데 띄엄띄엄 가다보니 어느새 3개월이 훌쩍 지나더군요. 작심 3시간으로 끝난 것도 있어요. 방을 워낙 지저분하게 쓰는 편이라 나날이 쌓여가는 설거지에 공처럼 굴러다니는 먼지와 머리카락의 조합체, 입을 속옷마저 동난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대청소를 했죠. 그런데 몇 시간 만에 과자부스러기, 과일껍질, 그릇들이 금방 쌓여요. 지금은 대충 삽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면 결국 이루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적잖은 이들이 성공의 쾌거를 이루기도 한다. IT회사에 근무하는 B 씨(29)는 화요일과 목요일 집에서 먼 일산 아이스링크까지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김연아 선수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한 번 배워보자고 결심을 했는데 이전에는 그냥 흐지부지된 것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내 평생의 스포츠를 찾은 것 같아요. 집에서 너무 먼 데다 남자 회원은 딱 두 명뿐이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주말에도 피겨를 타러 일산까지 갑니다. 재미있으니까 일부러 찾게 돼요.”
법무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H 씨(30)도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3년째 금연 중이다. “담배를 끊었기보다 참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요. 그만큼 힘들다는 거죠.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 한 갑씩 7년을 피웠는데 돈으로 따져도 630만 원이 넘어요. 이게 뭔가 싶더군요. 게다가 어느 날 친구들과 1박2일로 여행을 갔는데 할 일이 없어서 하루꼬박 담배를 서너 갑을 피웠더니 다음날 속이 뒤집어졌어요. 바로 그만두자고 결심했습니다.”
B 씨와 H 씨는 수없이 많은 작심삼일로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들은 “뭐든 처음에는 습관화가 제일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동기부여와 재미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이다영 프리랜서dylee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