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법정다툼 중 모친에 고발당하기도
1996년 7월 최원석 회장의 노모 임춘자 씨(오른쪽)와 누나 최은정 씨가 최 회장 고소사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최 창업주가 1985년 사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현실로 닥친 것. 회사를 물려받은 장남 최 전 회장에게 먼저 반기를 든 쪽은 새어머니인 신정남 씨와 이복동생 혜숙 씨였다. 두 사람은 돌연 1995년 최 전 회장이 유산을 제대로 상속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돈을 둘러싼 집안 싸움은 5년의 지루한 법정다툼 끝에 최 전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기나긴 공방 결과 혜숙 씨가 최 창업주 사망 이후 상속을 포기한 대가로 거액을 받아놓고선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 전 회장은 아버지의 유산을 지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소송과정에서 아버지의 사생활이 낱낱이 폭로됐다는 점이었다. 신 씨와 혜숙 씨는 소송을 벌이면서 “최 창업주는 부인 네 명을 두고서도 매일같이 다른 여성들을 침대로 불러들였다”는 등 낯 뜨거운 사생활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게다가 이복동생과의 소송이 채 마무리되기 전 최 전 회장은 생모 임춘자 씨로부터 고발당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임 씨는 1996년 아들 최 전 회장이 가족의 재산인 학교법인 공산학원의 재정운영을 방만하게 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최 전 회장은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학교법인을 차지하려 하는 친동생인 원영 씨가 있다”고 비난해 형제의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낳았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최 전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고 형제들도 화해하면서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다만 최 전 회장과 앙금을 푼 임 씨가 갑자기 “아들을 고소한 것은 며느리 배인순과의 심각한 고부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해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비록 최 전 회장이 직접적으로 개입되진 않았으나 현재도 동아그룹 일가와 관련된 소송전이 또 하나 벌어지고 있다. 최 전 회장이 스무 살 때 ‘사랑했다던’ 모 여배우 사이에서 낳은 딸 선희 씨가 그 주인공. 선희 씨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인 고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의 차남 재찬 씨와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새한그룹의 몰락과 재찬 씨의 자살로 홀로 남은 선희 씨는 지난해 3월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1000억 원대의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장에는 두 명의 아들 이름도 함께였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아버지인 최 전 회장의 입김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선희 씨가 새한그룹과의 실질적 인연을 끊고 홀로 남았을 때부터 친부 최 전 회장의 도움을 받고 살았기 때문에 최 전 회장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