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바르면 달러로? 블랙머니 이용해 억대 사기 친 60대 검거

[일요신문]

화폐 크기의 검은 먹지에 특수약품을 바르면 달러로 바뀌는 일명 '블랙머니'를 이용해 억대 사기를 친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9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블랙머니를 미끼로 해 특수약품 구입비 명목으로 2억 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장 아무개 씨(여․62)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블랙머니 사업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10~50%의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속여 유 아무개 씨(71) 등 3명에게서 19차례에 걸쳐 총 2억 1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동종 전과 4범인 장 씨의 사기극은 다소 황당했다. 60~70대 고령자를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아 “아프리카 재벌을 구해주고 유산으로 블랙머니를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의심하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허위로 만든 외국은행 명의의 거래내역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가짜 블랙머니에 약품 처리를 해 돈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불러 모은 뒤 이들에게 심부름을 시켜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진짜 100달러 지폐로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검거 당시 장 씨가 소지하고 있던 가짜 블랙머니는 9300매 정도로 이를 100달러짜리 지폐로 환산하면 10억 원에 이른다.

한편 피해자들 중 일부는 특급호텔 지배인, 무역업체 대표 등 중산층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장 씨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혹해 호텔 숙박비까지 대납할 정도로 완벽하게 속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민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