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주도권 노린 최적 타이밍?
▲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1년 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6월 지방선거 뒤 비상경제체제 종료 가능성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가장 크게 들고 있는 이유는 ‘위기 지속’에 따른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집권 3년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집권 중반에 들어선 상황에서도 여전히 비상경제 상황이라면서 끌고 가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2년 만에 벗어난 기억이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집권 기간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위기도 못 벗어나는 정권’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회복이 아직 확실하지 않고 대외 경제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비상경제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공무원들의 피로도 역시 무시 못할 정도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검찰 경찰 국세청, 이른바 3대 사정기관을 느슨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검찰의 반발은 찾아볼 수 없고, 경찰은 정권 교체 이후 힘이 더 실렸다. 국세청도 청장 자리를 오랜 기간 비워두는 방법 등으로 길을 들였다. 이 때문인지 이명박 정부 들어 공무원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은 크게 표출되지 않았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스스럼없이 했던 노무현 정부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공무원들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을 찾기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비판하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고용이나 4대강 등에서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불신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그동안 비상경제라고 해서 참고 고생해왔는데 이게 뭐냐’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비상경제를 종료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선거를 노린 양수겸장이라는 것이다. 즉 큰 판인 지방선거에서는 비상경제 상황이라 여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로 표를 건지고, 7월에는 위기를 이겨낸 정권이라는 논리로 표를 얻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이시종 민주당 의원의 충청북도 도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충주지역 보궐선거에 윤진식 정책실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도는 것도 6월 지방선거 후 비상경제 종료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통합되어 있는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분리한 뒤 비상경제 종료에 맞춰 윤 실장은 출마하며, 이에 따른 소폭개각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마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시나리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에 올해 중반까지 현재 재정정책을 마무리하고 재정건전화 정책에 들어갈 것을 조언한 것도 배경 중 하나다. OECD는 최근 내놓은 ‘재정건전화 준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이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 정책을 쓰면서 올해 재정적자가 역사상 최고치가 될 것”이라며 “재정 건전화 정책과 계획을 올해 중반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실제 정부는 올해 예산을 더 이상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만 해도 올해 추경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다. 재정부 보고서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그것은 올 하반기 정책이 지난해처럼 대폭적인 재정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대통령도 각 부처나 지자체에 있는 돈을 아껴서 정책을 추진하라고 독려 중이다. 이런 때문인지 오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6월에 비상경제 체제 종료 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