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 이후 병원에서 호화생활을 한 가해자 윤 씨. 출처 =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일요신문] 최근 방송을 통해 재점화된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 사건의 사위가 11년 만에 입을 열었다.
살인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위 김현철 씨(40·변호사)는 최근 월간 중앙(8월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제 입장에서는 처가를 버릴 수도 없고 이모부네도 외면할 수 없다. 침묵만이 답이었다”고 11년간 입을 닫아야 했던 이유를 고백했다.
이어 그는 “이제 와서 입을 여는 건 제 아이들이 커서 이 일에 대해 알고 물을 때 대답할 필요를 느껴서다”라고 밝혔다.
살해된 이종사촌 남매 하지혜 씨와 어떤 관계였냐는 물음에 김 씨는 “이종사촌 남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처음에는 지혜 오빠의 공부를 도와줬다. 사법연수원 다닐 때 고등학생인 지혜의 과외 지도를 해줬다”고 전했다.
또한 김 씨는 가해자인 장모가 둘 사이의 불륜을 의심할 만한 일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한 번은 장모와 있을 때 지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혜가 결혼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공부를 봐줄 거냐고 물었고 별 생각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며 “이후 2000년 1월 연수원 수료식 때 지혜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아내가 샥스핀 찜을 덜어줘 거절했는데 지혜가 덜어준 것은 별 생각없이 먹었다. 장모가 의심했을 법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모의 미행 등 수상한 행동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노력했다. 장모가 지혜를 미행까지 한다는 것을 알고 저도 경악했다”며 “몇 번이나 장모를 붙잡고 말렸다. 하지만 당시 장모의 심리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의부증도 있었던 것도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장모는 가정 생활이 원만치 않으니까 반대급부로 어린 딸과 사위에 집착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사단이 난 결정적 사건에 대해 그는 “2001년 3월 말 근무하던 법원 건물 안에서 장모와 부딪혔다. 장모가 사촌 여동생이 여기 왔었느냐 물었다. 그날 장모가 이모집에 전화를 걸어 두 집완이 크게 싸웠고 이모네 집 식구들이 장모집에 와서 몸싸움을 했다. 그 일로 양쪽 모두 사이가 나빠졌고 1년 뒤 살인사건이 났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아내나 저나 10년을 마음 졸이면서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한편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 사건은 2002년 3월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등산로에서 이화여대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하지혜 양이 공기총에 맞아 사망했다. 해당 사건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인 윤길자 씨의 사주로 행해진 청부살인이었다. 윤 씨는 자신의 사위와 그의 사촌동생인 하 양이 불륜관계라 믿고 조카에게 1억 7500만 원을 주고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윤 씨는 유방암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병원 VIP실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이 최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비난을 샀다. 이에 검찰은 아내 윤 씨에게 허위진단서를 끊게 도와준 혐의로 남편인 영남제분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