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은 31일 오전 7시 40분부터 약 한 시간가량 ‘진주남강유등축제 베낀 서울 등축제 중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이창희 진주 시장.
이 시장은 “진주 등축제는 64년 동안 가꿔온 고유의 축제인데 서울시가 등축제를 베껴놓고도 자기 것이라는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박 시장은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식이면 전국에 있는 모든 축제를 서울에서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또 “박 시장에게 최근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아무 반응이 없어 지역 차원에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오는 11월쯤에는 가처분소송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진주시와 서울시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10∼2012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서울시가 '서울등축제'를 열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진주시는 이의공문을 보냈고 이에 서울시가 ‘한시적’이라는 답변을 보내 갈등이 해소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서울등축제의 반응이 좋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연례화 하기로 하면서 두 지자체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진주시민들은 집단 항의방문,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요청, 서명운동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엔 진주시 공무원과 시의회 의원, 문화예술단체 대표 등이 사전 공문을 발송하고 서울시청을 방문했으나 박 시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진주시 관계자는 “2013년 들어 진주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에서 릴레이 면담 신청을 했으나 상생 운운 등으로 거절 당했고, 7월부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면담 신청을 볼 수 있도록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1949년부터 시작된 유등대회를 2000년부터 남강유등축제로 발전시켜 매년 열고 있다. 임진왜란(1592)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군사신호나 가족 간 안부를 묻던 통신수단으로 남강에 유등을 띄우던 것에서 유래한 행사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종교행사에서 유래한 등축제를 진주시 고유의 축제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곧 시의 입장을 정리해 공식적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