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만 좋으면 ‘놀며 따라간 말’
반대로 초중반 걸음이 상당히 빠른데도 끝걸음마저 좋다면 이는 믿고 베팅할 수 있는 능력마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말은 특히 선행마가 많은 편성에서 유리하다.
다음으로 걸음이 남은 말을 잡아내는 요령이다. 쉽게 분석이 가능한 부경의 경우부터 먼저 살펴보자.
부경은 마지막 200미터(1F-G)와 마지막 400미터 기록(2F-G)을 같이 공개하고 있다. 2F-G기록에서 1F-G기록을 빼면 400미터 가운데 처음 200미터도 알 수 있다. 비결은 여기에 있다. 결승선 종반 200미터 기록이 결승선 초반 200미터와 비슷하거나 더 좋다면 이는 분명하게 걸음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경주마는 중반이나 결승초입에 힘을 소진하고 막판엔 탄력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결승선에 다가올수록 속도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경남도민일보배의 우승마 인디밴드의 기록을 살펴보자. 인디밴드의 2F-G기록은 0:23.9(①), 1F-G기록은 0:12.3(②). ①에서 ②를 빼면 0:11.6이다. 이것이 결승선 마지막 400미터 중 초반 200미터 기록이다. 인디밴드의 경우 종반 걸음도 좋지만 그 전 걸음이 더 좋았던 것이다. 즉 속도가 다소 둔화되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라스트펄롱이 13.0이하라는 측면에서 다음엔 더 뛸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똑 같은 조건에서 경주를 한다면 다음엔 기록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분석해야 한다. 1F-G기록은 공개하지만 2F-G기록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는 4코너 통과기록을 참고한다. 전체 기록에서 4코너 통과기록을 빼면 직선주로 488미터(보통 500미터라고 함) 주파기록이 나온다. 여기에서 다시 1F-G기록을 빼면 초반 288미터 기록이 나온다. 필자는 초반 288미터 기록과 종반 200미터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해 이를 토대로 걸음이 남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자신의 DB가 없는 일반팬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최근엔 시속으로 환산한 예상지도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각 코너별 통과타임만 시속으로 환산한 것일 뿐인지라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그 대안으로 3F타임과 비교해볼 것을 권한다. 3F타임을 3으로 나누면 200미터 기록이 나오는데 이를 LF타임과 비교하는 것이다. 정확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끝걸음이 살아있었는지 혹은 걸음에 여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 필자는 이 방법으로 경주로가 건조한 겨울과 봄에 여러 차례 고배당을 맛본 바 있다. 경주로가 젖어있을 때는 큰 효과가 없지만 주로가 무거울 때는 이런 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