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달인 수장으로… ‘전경련과 한판 붙나’
대한상의가 박용만 회장(왼쪽)을 새 수장으로 맞이하면서 허창수 회장(오른쪽)의 전경련과 ‘재계 대표’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일 태세다.
대한상의 내부에서는 박 회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그간 격식에 얽매인 보수적인 단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활발하고 적극적인 재계의 대변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한상의가 전경련에 대해 품고 있는 오랜 콤플렉스가 작용하고 있는 측면이 적지 않다.
사실 겉으로만 보면 대한상의가 ‘경제5단체’ 가운데 맏형 노릇을 해야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한상의는 기업 규모와 업종을 불문한 전 업종의 대중소기업 모두를 회원으로 하는 종합 경제단체다. 이에 대한상의 회장은 이해관계가 다른 경제 각 부문의 의견을 조정, 경제계를 대표해 정부에 정책 건의나 의견을 표명한다. 71개에 이르는 지방 상공회의소가 있고, 그 회원수가 14만에 이른다. 1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단체이자, 법적단체다.
이에 비해 전경련은 1961년에야 결성된 민간 경제단체로, 사단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다. 회원은 업종별 단체 67개와 대기업 437개사로 구성돼 있다. 재계 대표성에서는 대한상의에 밀릴 수밖에 없는 규모다. 하지만 경제계를 움직이는 대표성은 회원 수가 아니다. 자산과 매출에 근거한 재계 서열이 곧 영향력이다. 정부가 경제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벌리는 곳이 대기업이고, 그 통로는 대한상의가 아니라 전경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 현안들이 발생할 때에도 세인의 시선은 경제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 중심의 전경련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정치권력과 대기업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게 한국의 경제구조였고, 그러한 경제력의 역학관계 때문에 재계의 맏형으로 자연스럽게 전경련을 꼽는 상황을 만들어왔다”고 분석했다.
그러한 관행에 가장 강력하게 태클을 걸었던 인물이 2000~2005년에 대한상의 회장을 지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다. 그는 바로 박용만 회장의 형이다. 그들의 선친 박두병 전 회장에 이어 두산가에서는 세 번째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하게 되는 셈인데, 예사롭지 않은 것은 대한상의를 명실상부하게 경제단체의 반석에 올려놓은 인물도 박두병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다.
박용성 전 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려 했던지, 대한상의의 위상을 전경련보다 높여놓으려 취임하자마자 “우리가 전경련보다 못한 게 뭐가 있느냐”며 대놓고 전경련과 신경전을 불사했다. 당시 그는 언론이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이라고 언급하는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역사로 보나, 회원단체수로 보나, ‘가나다’ 순으로 봐도 대한상의가 맏형”이라고 들이댔다고 한다. 하다못해 대통령과 경제단체들의 회동에서도 가장 중심에 서려고 했고, 경제5단체 회동이 있을 때에도 대한상의가 주재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그러한 두산가의 이력을 박용만 회장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취임하고 나면 대한상의의 위상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전경련의 허 회장과 갖가지 해프닝들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허 회장이 ‘재계의 신사’로 점잖은 반면, 박 회장은 ‘소통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있을 만큼 워낙 활동적이고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경련 쪽은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한 임원은 “어차피 경제계 내부에서나 사회적으로도 두 단체에 대한 오래된 평가가 있는데, 박용만 회장이 나선다고 해서 대중들의 인식이나 재계 내부의 분위기가 바뀌겠느냐”고 반문하며 “경제단체라면 민간 경제주체다운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법적단체이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정부 측과 업무적으로나 인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는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이러한 기싸움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계가 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면서 “전경련이나 대한상의나 대중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대변자로 거듭나는 방도를 찾도록 노력하자는 주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웅채 언론인
대한상의 vs 전경련 역대 회장 비교해보니
‘정부와 끈끈한 관계’ 닮은꼴
대한상의와 전경련은 역대 회장을 봐도 대비된다. 대한상의는 1954년 초대 이중재 경성전기 회장을 필두로, 박두병(두산), 김성곤(쌍용), 김상하(삼양), 박용성(두산), 손경식(CJ) 회장 등이 재임했다. 건설, 제약, 합판, 전기, 주조 등 주로 1950~1960년대 주력 업종 대표 기업 출신들이었다. 그 사이에는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이중재, 신민당 원내총무를 역임한 전용순 회장처럼 정부 측과의 관계를 짐작할 있는 회장이 재임하기도 했다. 현재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에는 경제부처에서 고위관료가 퇴직 후 옮겨가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전경련은 초대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최종현(SK), 김우중(대우) 회장 등, 이른바 압축성장기 주력 재벌의 총수들이 이끌었다. 이는 대중들에게 전경련의 이미지를 심는 데 결정적이었다. 산업성장의 주역이지만,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서 성장한 정경유착의 상징적 존재들이기도 하다. 대한상의의 한계로 지적돼온 것이 정부와의 연관성이 있다면, 전경련의 역할에 한계로 작용해왔던 것은 정경유착의 유산들인 셈이다.
박웅채 언론인
‘정부와 끈끈한 관계’ 닮은꼴
이에 비해 전경련은 초대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최종현(SK), 김우중(대우) 회장 등, 이른바 압축성장기 주력 재벌의 총수들이 이끌었다. 이는 대중들에게 전경련의 이미지를 심는 데 결정적이었다. 산업성장의 주역이지만,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서 성장한 정경유착의 상징적 존재들이기도 하다. 대한상의의 한계로 지적돼온 것이 정부와의 연관성이 있다면, 전경련의 역할에 한계로 작용해왔던 것은 정경유착의 유산들인 셈이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