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지난해 10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아무개 씨(여·35)에게 “함께 보험에 가입한 후 자살하자”고 꼬드겨 독초 달인 물을 지속적으로 먹여 심장마비로 죽게 한 혐의(위계에 의한 살인 등)로 무속인 박 아무개 씨(여·26)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독초로 알려진 투구꽃.
박 씨는 자신의 신력을 신봉하며 친자매처럼 지내오던 김 씨에게 동반자살하자고 속여 지난해 9월 13일 28억 원의 사망보험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시킨 후 보험 수익자를 바꿔놓았다. 이어 박 씨는 9월 21일부터 김 씨에게 “세상 사는 게 힘드니 함께 죽자”고 속이고 독초인 협죽도와 투구꽃을 달인 물을 이용해 동반자살을 결심하도록 했다.
결국 독초 달인 물을 지속적으로 마신 김 씨는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10일 경남 김해시의 한 모텔에서 심장마비로 숨졌고, 박 씨는 그의 사망보험금 28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올해 2월 보험사로부터 보험가입 26일 만에 김 씨가 사망한 점과 사망 8일 전 수익자가 바뀐 점 등 범죄혐의가 의심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 씨는 범행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협죽도의 독성분’, ‘협죽도를 복용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 등을 검색했고, 지난해 9월 21일 경기도 과천시 소재 한 화원에서 협죽도와 투구꽃을 배송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과거 생명보험사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습득한 보험관련 지식이 풍부해 김 씨를 직접 살해하지 않고 병사로 보이게 해 보험금을 받았다.
한편 김 씨는 평소 주관이 뚜렷하고 생활력이 강한 편이었지만 박 씨를 만나면서 무속 신앙에 빠져 그의 신력을 맹종해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