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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특수대가 백지화되고 대원들이 ‘친정’으로 원대복귀하기 시작한 게 지난달 22일. ‘조폭의 씨를 말리라’는 특명을 받고 일선 경찰서 등에서 차출된 지 8개월 만이다.
의기양양했던 경찰이 이렇게 꼬리를 내린 이유는 무얼까. 우선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찰의 전담수사력이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조폭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내로라하는 조폭전담 일선 형사들을 뽑아 특수대를 구성하면서 ‘다른 일을 제쳐두고 조폭만 쫓게 하겠다’고 밝혔다. 권력형비리에서마저 조폭의 이름이 자꾸 거론됨에 따라 이를 근절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은 듯 경찰이 조폭사냥에 나서는 각오는 대단했다.
당시 한 경찰 간부는 “정현준-이용호게이트 등 비리사건에서 호남출신 조폭이 정치권 실세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편해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조폭 근절은 현 정권의 당면과제”라고 조폭특수대 출범 배경을 넌지시 비쳤다. 당시 조폭수사대의 출범에 현 정권뿐만 아니라 경찰 수뇌부의 조폭수사에 대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되면서 ‘권-폭 유착’ 등 세간의 의혹을 진화하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조폭수사대에게 있어 그 역할이 전부였다고 해도 경찰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그후 별다른 성과없이 조폭수사대가 해체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조폭수사대가 각 경찰서 강력계에서 뽑은 조폭수사 전문가 36명을 소속 경찰서로 원대복귀시키면서 해체된 것을 비롯, 전국 7개 지방경찰청 조폭수사대가 같은 방식으로 해체됐다. 나머지 6개 지방청도 곧 조폭수사대원을 원대복귀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조폭수사는 기동수사대(기수대)가 전담했으니 조폭수사대 출범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 꼴이 됐다.
조폭수사대 결성 당시 상당수 기수대 형사들은 “조폭수사대는 ‘옥상옥’이다”면서 “조폭이라는 것이 특별조직을 만들어 반짝 수사한다고 해결될 문제냐”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이 말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어찌 보면 조폭수사대의 좌절은 출범 때부터 씨앗이 내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당시 이미 ‘대원들이 정식발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 2∼3개월 업무지원형식으로 파견돼 소속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조폭수사는 팀워크가 생명인데 파견신분을 가지고는 이런 결속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또 ‘특별수사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장비나 인력 등의 지원도 미흡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폭특수대원들의 활동이 활성화되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국 13개 지방경찰청에 설치됐던 조폭특별수사대 35개반 2백64명이 8개월 동안 올린 실적은 신흥조직 8개파 1백10명 등 5백22명을 검거하는 데 그쳤다. 계산상으론 특수대원 1명이 조폭 2명쯤을 검거한 셈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특수대가 잡은 조폭들은 대부분 거물급이 아닌 피라미들이었다. 노점상 갈취범 등 일반 강겴壎돌鰥 가까운 ‘조폭’이 상당수였다.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할 경우 지난 4월부터 45일간 전국 일선경찰서가 총동원돼 조폭 16개파 2백7명 등 모두 6백51명을 검거한 실적에도 못미치는 결과. 이런 미진한 성과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요즘 영화 속 같은 조폭이 세상에 어디 있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연예계 비리에 조폭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조폭이 관심의 대상이 되자 경찰의 조폭수사대 해체에 대한 변명은 군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로서도 조폭보다 먼저 해체되는 조폭수사대를 보면서 씁쓸한 뒷맛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박상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