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스타에 가수 출신 예능인도…
외국 카지노 등에서 벌어지는 해외 불법도박에 비해 국내에서 이뤄지는 인터넷 불법 베팅 사이트는 수사가 더 용이하다. 관련 업자나 브로커가 검거된 이후 이들 계좌에 연예인들이 연루돼 있을 경우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스포츠동아>는 서울 중앙지검이 유명 연예인들이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해 도박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현재 내사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축구 경기에서 승패와 점수 등을 맞히는 베팅 사이트인데 수백만~수천만 원상당의 거액이 베팅되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수사는 불법 베팅이 이뤄지는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알선해주는 브로커들에 대한 수사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범법행위에 활용한 계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유명 연예인 8명의 이름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브로커들이 관련된 불법 베팅 사이트가 워낙 많아 추가적으로 다른 연예인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연예인 8명에 그치지 않고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현재 해당 연예인의 주변 인물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으며 이들 연예인의 계좌 입출금 내역도 확인 중이다. 이런 수사 과정을 거쳐 해당 연예인들의 구체적인 범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검찰로 직접 이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에 연루된 연예인 가운데 워낙 거물급 스타가 많다는 점이다. 유독 불법 도박과 관련된 범죄에는 유명 MC 등 방송인이 많았다. 벌써 연예계는 지난 몇 년 새 강병규 신정환 이성진 김용만 등 유명 방송인을 불법 도박으로 잃었다. 따라서 이번에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과 유명 방송인들의 불법 도박 혐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예능계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김용만 신정환과 비견되는 A급 예능인을 비롯해 이성진처럼 인기 가수 출신의 예능인도 검찰 수사 선상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기 프로그램 여러 군데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평소 이미지 역시 도박과는 거리가 먼 건실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에 가까운 인사들이 연루된 점도 충격적이다. 건전한 이미지로 MC계를 대표했던 김용만이 불법 도박에 연루돼 연예계를 떠날 당시와 비슷한 규모의 충격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연예인들의 혐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 대거 연예계를 떠날 경우 예능계의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용만 신정환 등이 빠진 상황에서 이번에 또다시 여러 명의 예능인이 방송가를 떠나게 될 경우 ‘세대 교체’ 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들 중 상당수가 방송가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한 실세 유명인임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유재석 강호동 투톱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등 급변기를 맞이한 예능계는 이번 검찰 수사 추이에 따라 더욱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현재 연예계는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일부 연예인의 측근들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비밀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검찰 소환조사 이전까지 갖가지 상황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향후 파장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불법도박 베팅 사이트 수사는 브로커 등이 검거돼 돈이 오간 계좌만 드러나면 연루자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연예인 불법도박 사건 역시 어느 정도 검찰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불법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연루 연예인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검찰 주변에선 이미 몇몇 연예인의 경우 혐의 입증을 자신하면서 소환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예계 일각에선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시기성은 없고 파급력이 큰 이번 연예인 불법도박 사건을 검찰이 정국 전환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 등으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정당국이 유명 MC 등 거물급 연예인이 여럿 연루된 이번 사건을 이슈화시켜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노림수가 투영돼 있을 것이란 게 음모론의 주된 골자다.
물론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이다. 그렇지만 정치권에 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연예인들이 연루된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는 상황을 두고 연예 관계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