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외국인 임원들 주거용으로 전세 계약한 ‘문제의’ 아파트 현관. 임준선 기자
야당은 이명박 정권 최고 실세가 대영로직스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그 실세가 대영로직스라는 회사를 내세워 이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대영로직스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이 회장이 SLS그룹을 살리는 대가로 현금 30억 원과 자회사 경영권을 넘겼다”고 말한 업체이기도 하다.
검찰은 문 씨를 상대로 대영로직스의 실체에 대해 추궁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렌터카 회사인 대영로직스가 SLS 선박을 담보로 잡고 있는 등 석연치 않은 게 너무 많았다. 정황상 대영로직스의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수사가 끝까지 이뤄지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문 씨는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청탁 비용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징역 3년, 추징금 7억 8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영로직스와 SLS 간 수상한 관계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SLS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아파트를 2007년 9월 매입했다. 대영로직스는 2011년 3월 이 아파트를 SLS로부터 사들였다. 이를 놓고 사정당국 주변에선 “대선이 한창이던 때 이국철 회장이 아파트를 구입해 이명박 캠프에 사무실 용도 등으로 제공하고, 그 후 정권 실세가 대영로직스라는 회사를 세우자 아예 소유권을 넘긴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 회장 폭로 당시 해당 아파트에 차명보유 의혹이 거론됐던 정권 실세의 지인이 드나든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데 지난 6월 초 이 아파트 소유권이 대영로직스에서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 교수 S 씨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점은 S 씨가 과거에도 이국철 회장과 아파트 매매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6월에 매입한 아파트의 바로 옆 동을 말이다.
S 씨는 2001년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2005년 이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S 씨와 이 회장이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닌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S 씨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이 회장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또 그 아파트가 그런 사연이 있는 곳이었는지는 나중에 들어 알았다”며 부인했다.
현재 S 씨가 갖고 있는 아파트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전세계약을 맺은 상태다. S 씨는 “삼성이 전세로 들어온 것은 맞다. 외국인 임원들이 살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 역시 “외국에서 들어오는 직원들의 거주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 씨와 이국철 회장 간 관계, ‘철두철미한 관리’로 유명한 삼성이 정권 실세 실소유 의혹에 휩싸이며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온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