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놀할 발언들’ 추가증거가 필요해
8월 29일 이석기 의원이 통합진보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홍성규 대변인의 보고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당시 행사에 참여한 인사 중 한 명인 김홍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행사 취지에 대해 “당시는 한반도 전쟁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이었고 그에 따라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해 정세의 이해를 높이고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며 “경기도당 차원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한 것이며 그 범위는 경기도 전·현직 간부들과 반전평화의 뜻을 같이 하는 당원 100여 명이 같이하는 공개 교육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쟁’이 당시 행사에 키워드였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때문에 공개된 녹취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전쟁’과 ‘준비’다. 이석기 의원은 녹취록에서 “지배 세력에 60여 년 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된다. 온갖 방해 책동 물리적 탄압 공작이 들어올 거다. 당연하지. 전쟁인데.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며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하면 물질, 기술적 준비 체계를 반드시 구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석기 의원의 강연 후 이어진 권역별 토론에서는 이 의원의 주장을 토대로 ‘무장 방법’, ‘총기 확보 및 개조’, ‘타격 대상’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이 부분은 그동안 국정원이 주장했던 ‘내란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장난감 총에 가스쇼바(완충기)가 있는데 개조가 가능하다”며 “지금은 인터넷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들에 대한 기초는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시상황이라든지 중요한 시기에는 우리가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되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그 시설이 실제로 경비가 엄하진 않았는데 안에 들어가서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고 중요시설 안에서 이것들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주요 시설 파괴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2일 RO 회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무엇보다 이번 녹취록에서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다. 이석기 의원은 “북한의 모든 행위는 다 애국적이고 우리는 모든 행위가 남쪽의 지배 세력에게는 다 반역이다”라며 “6㎏ 미만의 최소 경량화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서너 곳밖에 되지 않는데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과학기술적으로 엄청난 성과”라고 북한을 치켜세우는 발언이 녹취록에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녹취록 막바지에 이 의원이 “(오늘이) 하나의 결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으로 물질적으로 강력하게 당장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정리한 부분은 이번 행사를 대표하는 발언인 것과 더불어 내란음모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랐다.
통합진보당 측은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이를 즉각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통합진보당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녹취록을 우리가 공개한 것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지만 행사와 강연, 분반토론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악용되고 왜곡 날조되고 있다”며 “RO라는 지하혁명조직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 또한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녹취록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동영상도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이 두 개의 자료에 대한 진위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입장”이라고 녹취록 전문 및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녹취록에 대해 “좌파성향 인사들의 난상토론을 방불케 한다”는 의견부터 “내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보인다”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녹취록을 뒷받침할 만한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얼마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사법당국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영장실질심사 단계 이후부터 녹취록을 뒷받침할 다수의 증거 자료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비추기도 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