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별’들의 전쟁 준비 중
9일 만기출소하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10월 재보선의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전영기 기자
“포항 당원들, 특히 책임당원들은 SD가 10년여 동안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다. 특유의 끈끈함이 있다. 19대 총선 때 공천된 김형태 전 의원에게 흘러들어간 인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김 전 의원이 사전선거운동 및 선거 관련 금품제공 등의 혐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할 때에도 ‘역시 SD만 한 인물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고향 포항이 장사 잘 하도록 애쓰는데 그만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TK(대구·경북) 예산, 포항 예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 전 의원이 언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그럴 때마다 지역에선 인기가 올라갔다.”
그런데 포항남·울릉의 선거구도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SD와 가까운 김순견 새누리당 포항남·울릉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출마한 이곳에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직을 던지고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SD 사람’으로 불렸던 공원식 경북관광공사 사장이 예상을 깨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이계에서는 교통정리가 된 모습이다. 친이계에서는 이춘식 전 국회의원도 출마를 선언한 상태지만 포항 기여도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김 대 서’의 대결은 이 지역에서 ‘고향파와 귀향파’의 대결로 불린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친이명박계 대 친박근혜계’, 더 좁게 보면 ‘이상득 대 서청원’의 대결이 된다. 이 지역 여론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서장은 전 동작갑 당협위원장의 출마로 이 지역 예비후보들이 발끈하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인 TK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인데 아무래도 친박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는 서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이 곧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는데 친박계 위주로 위원장과 위원들이 선임되지 않겠나. 그러면 분명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일 것으로 보는 것이다. 늘 그래왔듯.”
이 인사의 말처럼 당 공천심사위는 홍문종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김세연 제1사무부총장과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이 이번 포항 재보선과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좀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하나는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의 분석이다.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포항 장악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전 의원의 포항지역 사무국장을 했던 P 씨가 정치판을 떠나다시피 했고, 포항남·울릉 지역 읍, 면, 동 조직도 거의 와해됐다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시·도당 차원에서 이 지역 당무감사가 진행됐는데 당시에도 이런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한다. 힘을 쓰려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세 판단에 능한 한 정치권 인사는 이를 텃밭 경쟁력 차원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PK(부산·경남)는 좀 달라졌지만 TK에서는 여전히 ‘공천=당선’이다. 19대 총선 때 전략공천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이들)’ 모두가 TK에서 당선됐다. 이들이 경쟁력이 있는가. 스스로 힘 써 당 대표를 지냈던 강재섭 전 대표(대구 서구)도 정치판에서 물러나니까 힘을 쓸 수 없게 됐다. 울산 동구에서 4선을 한 정몽준 의원도 지역구를 서울로 옮겼지만 세력이 별로 없지 않나. 모두 당선될 만한 곳에서 당선됐으니 자생력도, 경쟁력도, 대중적 인지도도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 친이계는 이 전 의원을 비토했다.”
한편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 3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은 뒤 사면복권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도 이번 재·보선을 통해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특히 ‘김무성 당대표론’에 대한 대항마로 친박계에서 그의 등장을 서두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범법행위 후 복권된 인사가 견제용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19대 총선 때 공천을 받은 우리보고 ‘신박’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공통점은 때가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도 상식과 명분을 안다”며 “새누리당이 제 무덤을 파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면 우리도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올드보이(OB)’들이 대거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권에서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야권에선 손학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이야기가 있다. OB의 돌파력이 먹힐지, 꿈나무를 키워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더 클지, 달아오르는 10월 재·보선을 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