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경제를 살려 세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투자의욕 고취, 외국인 투자유치, 부동산 시장 회복, 고용창출 지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성장동력 창출방안이 없어 효과가 의문시된다. 무엇보다 부실한 재정상태로 인해 자금동원이 어려워 실체가 없는 정책으로 끝날 수 있다. 정부가 경제불안만 키우는 격이다.
현 상황에서 경기를 활성화하고 나라 곳간을 메울 여력을 갖고 있는 곳은 대기업뿐이다. 현재 10대 그룹에 쌓여 있는 사내 유보금이 180조 원에 이른다. 연간 국가예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특히 매출액 상위 1%의 대기업들은 전체기업이 내는 세금의 80%를 낸다. 이들이 투자에 나서야 경기회복과 세수증가가 본격화할 수 있다. 대기업들의 적극적 행보를 촉구한다. 여기서 정부는 복지지출과 선심성 개발공약을 과감하게 조정하여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투자를 늘린다고 해고 고용창출이 나타나고 서민경제가 회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정부는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일감몰아주기 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가맹점주 권리강화 등의 개혁정책을 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해소되고 중소기업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은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집단적인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순환출자해소, 금융보험사 의결권제한 등 핵심적 경제민주화 조치를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기업들이 경제를 지배하는 구조하에서는 중소기업의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더욱이 계속해서 일자리가 줄고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하여 심각한 사회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하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개혁에 스스로 나서 동반성장, 경제회복, 재정건전화의 1석 3조 효과를 이끌어 내는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