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수행 왕따 세무조사 폭탄 다음은…
조석래 효성 회장(왼쪽)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 ‘친MB 기업’ 효성과 포스코가 잇따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자 뒷말이 무성하다.
효성과 관련한 국세청 움직임을 지켜보는 재계 인사 가운데선 “조만간 검찰이 뜨지 않겠느냐”고 내다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 세무조사만으로 총수가 출국금지를 당하지는 않는다”며 “CJ 다음 타깃이 결국 효성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조석래 회장의 이름은 결국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사절단 명단에 포함됐으나 마지막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범칙조사와 출국금지 탓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사절단에 포함될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던 효성 측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효성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베트남은 효성이 1조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단히 중요한 곳”이라며 “사업상 긴급 상황이나 마찬가지인데 단 3일도 보내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조석래 회장과 관련한 이 같은 일들은 CJ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빠진 것과 흡사해 보인다. 경제사절단에서 빠지고 곧이어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된 CJ와 마찬가지로 효성이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점치는 이도 적지 않다. 국세청의 조세범칙조사와 조 회장의 출국금지는 나아가 비자금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무조사가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할 경우 검찰이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의 조세범칙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 여부가 결정 날 것”이라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고 출국금지 된 이상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횡령이나 비자금은 단 1원도 없다”며 “문제의 차명 재산은 예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사들인 주식이며 이를 실명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금 남은 부분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이유 등으로 계속 ‘사정 대상 기업’으로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효성 측은 “사돈기업이라고 해서 오히려 피해를 입었으면 입었지 특혜를 받은 것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롯데, 포스코 등 전 정권과 관련이 있는 기업들과 함께 효성을 예의주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효성 내부적으로도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회사를 나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조석래 회장은 자칫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는 탈세 혐의를 받고 있어 안팎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CJ그룹 본사 전경. 일요신문 DB
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하는 자리에 번번이 초청받지 못하면서 청와대에 미운 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일 국세청은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사전 통보도 없이 전격적으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비롯해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를 들이닥쳤다. 이 세 곳은 포스코의 핵심 사업장으로 ‘포스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의 이런 행보는 상황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일 국세청 쪽에서 정기 세무조사라는 통지서를 들고 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사전통보가 없었다는 점, 포스코의 전부를 들춰본다는 점, 2010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또 다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단순한 정기 세무조사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비록 통지서에는 정기 세무조사로 돼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국세청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면서 “포스코에는 보안과 통제가 유독 철저히 돼 있다. 빈손으로 나올 수 없으니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으나 국빈 만찬 초청자 명단에서 빠졌으며 지난 8월 28일 10대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에는 재계 6위임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청와대 쪽에서 순수 민간기업 위주로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 정 회장을 향한 의구심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또 조석래 회장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동행하기 때문에 한 기업에 두 명이 동행할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6일에는 정준양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포스코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했지만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포스코와 정준양 회장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포스코의 강력 부인 자세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임기가 남아 있던 이구택 회장의 뒤를 이어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올라선 정준양 회장은 역시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급격히 홀대받고 있는 모습이다. 실적 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성장으로 자동차용 철강 영업에서도 전망이 어둡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