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세일즈’ 성과 ‘정상이야 실무자야’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트남 주석궁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2일 브리핑을 통해 소개한 박 대통령 러시아·베트남 순방 뒷얘기의 일부분이다. 이 일화가 보여주듯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를 표방한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이전 대통령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박 대통령은 평소 국내에서 각종 회의를 주재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이후에도 진도를 체크하듯 진행상황 보고를 받곤 한다. 이런 그의 리더십에는 ‘깨알 리더십’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 역시 깨알 리더십의 단적인 사례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깨알 리더십이 해외 순방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해외 순방 때 대형 국책사업이나 지하자원 개발권 수주 등에 주력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 순방은 가히 ‘깨알 세일즈 외교’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베트남 방문 과정에서 지점 개설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게 된 것은 하나은행만이 아니다. 신한은행 호치민지점과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이 모두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영업권을 얻어냈다. 대통령이 직접 신경을 쓰고 챙긴 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그 첫째는 한국의 마이스터고교 졸업생을 채용할 수 없게 돼 있는 베트남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또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추가 투자를 할 경우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달라는 요청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 내에서 적절한 투자 파트너를 고를 수 있도록 기업 건전성 검증에 필요한 독립 회계감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나치게 복잡한 건설 관련 법규를 정비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들 모두 베트남의 경제정책과 관련되는 사안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깨알 전략’이 먹혔는지 하이 당서기는 “4대 기업 애로사항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면서 “시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사안인 경우 중앙정부에 해결 방안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깨알 세일즈 외교는 베트남에 앞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러시아에서도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러시아 당국의 비협조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해결을 요청했다. 러시아 측이 전력망 현대화 사업을 하겠다고 참여를 요청, 현대중공업이 고압 차단기 공장까지 준공해 놨는데 러시아 송전망공사가 제품을 발주하지 않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연해주 농장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 지연, 농기계 반입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호찌민에 위치한 한국 패션기업 한세베트남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깨알 세일즈 외교는 뜬구름 잡는 과시성 순방과 달리 우리 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를 실질적으로 제거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청와대 참모진은 “과거 일부 대통령들이 해외 순방 때마다 마치 엄청난 계약을 따낸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곤 했었는데, 그들이 체결했다던 양해각서(MOU) 중 상당수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이야말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상들의 대화와 실무진의 대화는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깨알 세일즈 외교가 이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공헌 언론인
윤창중 트라우마 취재진에 불똥
“우리에게 위스키를 달라”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었던 미국 방문 당시 벌어진 ‘윤창중 파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수행단뿐 아니라 취재진에 대한 통제도 대폭 강화하면서 청와대와 기자들 간에 왕왕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에 동행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번 순방 와중에 대통령전용기에서의 위스키 서비스를 놓고 청와대와 기자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일반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전용기에서도 맥주나 위스키, 와인 등 주류들이 서비스로 제공돼 왔는데 이번 순방 때에는 이 중 위스키가 서비스 품목에서 빠진 게 원인이었다. 한 번에 9∼10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자들이 쉽게 잠을 청하기 위해 “위스키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승무원들로부터 “이번에는 아예 비행기에 위스키를 싣지 않았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엄연히 비행기 요금을 다 내고 있는데 왜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면 대통령전용기를 운항 중인 대한항공 측이 어떻게 서비스 품목을 마음대로 변경시킬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아주 작은 사안이지만 청와대의 조치에는 ‘기자들은 술 마시고 사고나 치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사고를 친 건 청와대 직원이었던 윤창중인데, 그 피해는 기자들이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굳이 기사로 쓸 필요가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청와대의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공헌 언론인
“우리에게 위스키를 달라”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었던 미국 방문 당시 벌어진 ‘윤창중 파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수행단뿐 아니라 취재진에 대한 통제도 대폭 강화하면서 청와대와 기자들 간에 왕왕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에 동행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번 순방 와중에 대통령전용기에서의 위스키 서비스를 놓고 청와대와 기자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일반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전용기에서도 맥주나 위스키, 와인 등 주류들이 서비스로 제공돼 왔는데 이번 순방 때에는 이 중 위스키가 서비스 품목에서 빠진 게 원인이었다. 한 번에 9∼10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자들이 쉽게 잠을 청하기 위해 “위스키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승무원들로부터 “이번에는 아예 비행기에 위스키를 싣지 않았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엄연히 비행기 요금을 다 내고 있는데 왜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면 대통령전용기를 운항 중인 대한항공 측이 어떻게 서비스 품목을 마음대로 변경시킬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아주 작은 사안이지만 청와대의 조치에는 ‘기자들은 술 마시고 사고나 치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사고를 친 건 청와대 직원이었던 윤창중인데, 그 피해는 기자들이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굳이 기사로 쓸 필요가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청와대의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