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형, 나 방망이 하나만…!
신시내티와 다저스의 맞대결이 시작된 지난 7일 짧은 만남을 가진 추신수와 류현진.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먼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추신수였다. 추신수가 가벼운 스트레칭과 수비 훈련 후 타격 연습을 위해 배팅케이지 쪽으로 향하자 원정 팀인 다저스 선수들도 더그아웃 앞 쪽에서 천천히 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추신수가 다저스 선수들 쪽으로 다가가 한 사내를 불러냈다.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한국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무섭게, 예정된 훈련 스케줄로 인해 두 선수는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 했다.
신시내티와의 3연전 두 번째 날. 이날은 두 선수의 삼겹살 회식이 약속된 날이었다. 이날 양 팀은 10회 연장전을 펼쳤다. 팽팽한 승부 탓에 경기는 3시간 52분간 진행되면서, 1시 10분에 시작된 경기는 5시가 넘어 끝났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류현진은 신시내티의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추신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워 후 추신수가 인터뷰를 마친 시간은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인터뷰 후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된 기자에게 류현진이 외친 첫 마디는 “배고파 죽겠네”였다.
두 선수의 저녁 식사는 추신수의 집 근처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이뤄졌다. 류현진의 통역 마틴 김도 동석했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만남에 두 선수 모두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 LA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을 가진 추신수와 마틴 김도 친분이 꽤나 두터워 보였다.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착석한 탓에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근처를 지나가던 한국팬들의 사인 요청이 빗발쳤다. 최근 원정길에 오르며 한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는 류현진의 젓가락도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 선수는 추신수 집 근처 한 한식당에서 삼겹살 회식을 가졌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잠시 자리를 비운 추신수가 돌아오자 류현진은 슬그머니 방망이 이야기를 꺼냈다. 류현진은 최근 다섯 경기에서 11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한때 .294까지 올랐던 타율은 정확히 2할까지 곤두박질 쳤다. 앞 뒤 생략하고 류현진이 “형, 나 방망이 하나 주면 안돼?”라고 묻자 추신수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알았다”라고 답한다. 물론 류현진이 그 방망이를 갖고 실제 경기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두 선수, 정말 친하다.
당초 신시내티와 LA 다저스의 3연전 마지막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10분 경기였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이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이라는 전국 중계 방송으로 이 두 팀의 매치업을 선정하면서 경기 시간이 오후 8시로 바뀐 상태였다. 내일에 대한 부담이 없는 편안한 마음가짐 탓인지 두 선수의 대화도 물 흐르듯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저녁이 아닌 밤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즈음 두 선수의 삼겹살 파티도 막을 내렸다.
이날은 류현진의 불펜 투구가 있는 날이었다. 불펜 투구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등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이날 약 40개가량의 투구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다저스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류현진은 몸 상태에 대해 “괜찮다”라고 답했다.
평소 야간 경기보다도 한 시간 늦은 8시 경기인 탓에 신시내티의 홈구장인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경기 시작 두 시간쯤을 앞두고 두 선수의 마지막 상봉이 이뤄졌다.
첫 날과 마찬가지로 추신수는 배팅케이지 뒤편에, 류현진은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이제 막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추신수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저스 선수들 근처에서 기웃거렸고, 류현진은 틈 날 때마다 추신수를 찾아가 전날 못 다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방망이를 들고 기지개를 켜는 추신수를 류현진이 가로막는다. 헤어짐이 아쉬운 류현진의 마지막 장난이었다.
두 선수의 만남은 이제 시즌이 끝난 뒤 한국에서나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지구 우승이 유력한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신시내티가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3연전 역시 전국 중계가 두 차례나 편성될 정도로 미국에서도 상당히 주목을 끌었으며, 신시내티의 스윕으로 마무리됐지만 세 경기 모두 한 점 차의 박빙의 승부였다. 하지만 두 선수의 만남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대조를 이루며 더욱 편안해보였다. 추신수와 류현진. 두 코리언 메이저리거의 다음 만남은 또 어떤 모습일까.
미국 신시내티=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