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창용”
우리 히어로즈에서도 뛴 다카쓰 신고. 연합뉴스
실제로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먼저 관계와 포지션이다. 다카쓰는 1991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하고서 2004년~2005년을 제외한 2007년까지 줄곧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야쿠트르 마무리로 15년간 뛰며 일본 프로야구 통산 세이브 2위에 해당하는 286세이브를 기록했다.
임창용 역시 일본에서 뛸 때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마무리 보직을 맡아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야쿠르트 팬들은 둘을 구단 사상 최고의 내·외국인 마무리로 꼽는다.
두 번째 공통점은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다카쓰는 2003시즌이 끝나고서 36세의 늦은 나이에 미국행을 발표했다. 당시 다카쓰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했는데 일본 최고의 마무리임에도 2년 계약(2년째는 구단 옵션)에 1년째 연봉이 75만 달러에 불과했다. 일본 야구계에선 “그 정도 돈을 받고 미국에 가는 건 일본 야구의 수치”라고 성토했다.
일부에선 “빅리그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지나치게 많다”며 “결국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일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다카쓰는 빅리그 데뷔 첫해인 2004년 19세이브 평균자책 2.31을 기록하며 화이트삭스의 든든한 마무리로 활약했다. 2년째 계약액도 3배 이상인 25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세 번째 공통점은 스타일이다. 두 선수 모두 사이드암이다. 사이드암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엔 좌타자가 많기에 다카쓰와 임창용은 다른 유형의 투수들보다 리그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딛고 다카쓰는 빅리그 마무리로 우뚝 섰고, 임창용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카쓰는 “임창용이 나를 넘어 빅리그 최고의 아시아 출신 사이드암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덧붙여 “그렇게 되려면 나와의 공통점은 세 가지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쓰가 들려준 덕담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빅리그를 2년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도 ‘좀 더 미국야구를 경험했으면’하는 아쉬움이 강하다. 그런 면에서 임창용은 나를 닮으면 안 된다.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계약을 연장해 마흔이 넘어서도 빅리그에서 뛰길 바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한국어로) ‘후배’ 임창용이라면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다.”
다카쓰는 미국 야구 성공을 위해 임창용에 특별히 들려줄 말이 있다고 했다. “빅리그라고 절대 ‘쫄면’ 안 된다. 한국, 일본 타자들과 다를 게 없다. 제구가 잘 된 공은 못 치고, 실투는 곧바로 안타로 연결한다. 이름값 있는 타자라고 피하지 말고, 평소처럼 던져라. 무엇보다 ‘내가 상대해야 할 타자는 내 자신’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내가 나를 이기면 그 어떤 리그에서도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 TV 해설가로 활약 중인 다카쓰는 미국 방문 시 임창용을 찾을 예정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