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 투자자? 알고보니 이름만 같더라
고소인 세 여성이 양경자 전 의원 아들 김 아무개 씨를 상대로 잇따라 제출한 고소장 내용.
소장에 따르면 손 씨는 지난 2010년 영어교육회사인 R 사를 설립하면서 지인을 통해 처음 김 씨를 만났다고 한다. 재미교포이기에 한국의 실정에 대해 전혀 모르던 차, 사업을 도와줄 수 있다는 명목으로 지인이 김 씨를 소개시켜줬던 것. 손 씨에 따르면 김 씨는 금전적 투자 없이 지난 2010년경 R 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고 한다.
문제는 함께 사업을 진행하던 기간 동안, 각종 명목으로 본인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것. 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손 씨에게 “자신이 태국에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모친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양경자 전 의원이다”, “내가 <과속스캔들>, <활>, <추격자> 등을 투자했다”, “나를 비공식적인 컨설턴트로 고용하면 사업을 크게 확장시켜주겠다” 등과 같은 말을 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챙겼다. 손 씨에 따르면 그렇게 챙긴 돈은 41회에 걸쳐 1억 6267만 원.
또한 김 씨는 R 사에 재직하던 중 회사의 법인 인감과 계좌를 관리하며 손 씨 몰래 5억 3765만 원을 자신의 부인, 처남 등 지인의 계좌로 빼돌렸다고 손 씨는 주장했다. 현재 손 씨는 이에 대한 증빙자료를 소장과 함께 검찰에 제출한 상황이며 이미 수차례 검찰로부터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에는 이와 함께 R 사 학생의 학부모로 김 씨와 인연을 맺은 정 아무개 씨(여)가 김 씨를 사기 혐의로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 언급된 김 씨의 사탕발림은 앞서 손 씨의 경우와 비슷했다. 태국에 호텔을 소유했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양경자 전 의원이고 각종 유명 영화에 투자했다는 내용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김 씨는 정 씨에게 “내가 수입영화 <코난-암흑의 시대>의 권리를 양수받을 수 있다. 투자하라”며 접근했다. 정 씨는 김 씨의 말에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받은 퇴직금 1억 2000만 원을 그에게 송금했다. 현재까지 정 씨는 김 씨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변제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기자와 만나 “나와 내 아들에게 김 씨는 자신을 대단한 사업가이자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소시민은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인물로 김 씨를 인식했다”며 “현재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김 씨의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게 끝이 아니다. 김 씨는 검찰에 접수, 현재 용산경찰서로 이첩돼 조사 중인 또 한 건의 송사에 휘말린 상황이다. 해당 사건의 고소인은 유흥주점에서 마담으로 일했던 한 아무개 씨(여·39). 한 씨는 김 씨와 오래전 주점 마담과 손님으로 만났다. 소장에 따르면 한 씨는 김 씨가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인연을 맺은 지인들에게 외상 접대를 요구했고, 이렇게 쌓인 외상 술값이 6937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기자와 만난 한 씨는 “현재 난, 김 씨 때문에 발생한 외상 술값을 책임지고 차용증과 지불각서를 작성해준 상황이다. 그 술값을 내가 온전히 떠안게 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소인 한 씨와 피고소인 김 씨는 이 건과 관련해 경찰서에 출석, 한 차례 대질심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 명의 고소인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김 씨의 언급 내용 중 유독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다. 김 씨가 세 명 모두에게 자신이 각종 유명 영화 투자자라고 소개한 것. 실제 김 씨가 투자했다고 언급한 영화들의 투자자 명단에 김 씨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일요신문> 확인 결과 해당 영화에 투자한 김 씨는 앞서 피고소인 김 씨가 아닌, 유명 영화 투자사인 U 사 대표 김 아무개 씨였다. 동명이인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삼단 소송’을 당한 당사자, 양경자 전 의원의 아들 김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일단 학부모의 인연으로 만난 정 씨의 영화투자 사기 소송 건에 대해선 “도의적인 부분에서 내가 책임지겠다”며 “나도 안전한 투자인 줄 알고 권했던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동업관계였던 손 씨의 송사에 대해선 “물론 손 씨의 입장에서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손 씨가 회사의 주식을 양도받아간 상황이다. 법인 계좌 문제는 대표이사로서 사업상·채무관계상 필요해 그런 것”이라며 “채권채무 관계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만약 검찰에서 조사를 요청하면 응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조사를 받으면서 내 입장을 입증하면 그만”이라고 답변했다.
이미 한 차례 대질심문을 받았던 한 씨의 소송 건에 대해서 그는 “이미 술집에 내용증명 보내서 명세표 달라고 했다. 정당한 술값이면 반드시 내겠다”면서도 “오히려 내가 한 씨로부터 공갈협박을 받았다. 악의적 의도가 있다면 맞고소도 불사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동명이인인 U 사 대표의 투자 건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닌 부분에 대해서 그는 “나도 영화 투자업계에 동명이인이 있는 것은 안다. 그 분이 투자했던 영화를 언급했던 것은 나도 간접적으로 해당 영화에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단지 우연히 겹쳤을 뿐, 순전히 오해”라고 해명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모친’ 양경자는 누구
장애인공단 이사장 당시… ‘낙하산 논란’ 초고속 사퇴
양경자 전 의원은 민정당 시절이던 12~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시절 서울 도봉갑 지역위원장을 역임하며 17대까지 네 차례 연달아 공천을 받았지만, 모두 낙선했다. 양 전 의원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7대 대선 이명박 캠프에서 특보를 역임하면서부터.
대선후보 특보를 거친 양 전 의원은 2010년 준정부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11대 이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야권으로부터 ‘보은성 인사’ 시비가 붙었고, 장애인계에서는 비상대책위까지 구성되며 전문성을 이유로 퇴진압박을 넣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이러한 여론의 뜻을 부담스럽게 여기며 양 전 의원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양 전 의원은 취임 5개월 만에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장애인공단 이사장 당시… ‘낙하산 논란’ 초고속 사퇴
대선후보 특보를 거친 양 전 의원은 2010년 준정부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11대 이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야권으로부터 ‘보은성 인사’ 시비가 붙었고, 장애인계에서는 비상대책위까지 구성되며 전문성을 이유로 퇴진압박을 넣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이러한 여론의 뜻을 부담스럽게 여기며 양 전 의원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양 전 의원은 취임 5개월 만에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