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신동빈-신동주 “지주사 시대엔 내가 먼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올해 신 회장이 롯데손해보험 이외에 새로 취득한 계열사 지분은 롯데케미칼(6만 2200주), 롯데제과(6500주), 롯데칠성(7580주) 주식이다. 신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것은 지난 2006년 롯데쇼핑 상장 과정에서의 지분 취득 후 처음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해 “오너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주 부회장 역시 지난 2003년 롯데칠성 주식을 매입한 이후 계열사 주식을 취득한 적이 없지만, 올 들어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의 주식을 사들였다. 오랫동안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서지 않았던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이들 형제가 본격 지분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껏 표면상으로는 신 회장이 한국롯데, 신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경영하는 구조로 돼 있다. 얼핏 일본롯데보다 규모가 훨씬 큰 한국롯데에서 형보다 더 높은 직함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이 형보다 지배력에서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분 구조를 봤을 땐 어느 한 쪽의 우위를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율만 봐도 신 회장은 13.46%, 신 부회장은 13.45%를 갖고 있다. 게다가 신 부회장은 직접 보유뿐 아니라 호텔롯데를 통해서도 롯데쇼핑을 소유하고 있다. 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2%를 보유하고 있고, 또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지분 8.83%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순환 출자 해소 이후 지주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롯데가 형제간 소리 없는 지분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