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쪽지 남기고 64년째 ‘감감무소식’
1949년 10월 7일 실종된 진 스팽글러.
그녀는 1942년, 19세의 나이에 결혼해 1944년에 딸 크리스틴을 낳았고 1946년에 이혼했다. 이혼 당시 양육권은 전남편 덱스터 베너가 가져갔는데 2년 동안의 법정 투쟁을 통해 1948년에 크리스틴은 스팽글러의 품으로 돌아왔다.
실종 당일인 1949년 10월 7일, 진 스팽글러는 함께 살던 올케인 소피 스팽글러에게 전남편을 만나 아직 들어오지 않은 양육비 이야기를 한 후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을 할 것이라며 오후 5시에 집을 나섰다. 그날 저녁 스팽글러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다음 날 걱정이 된 소피는 경찰에 신고했다. 진 스팽글러의 어머니인 플로렌스는 켄터키에 있는 친척 집에 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10월 7일 오후엔 할리우드의 그 어떤 스튜디오에서도 촬영 스케줄은 없었다. 전남편인 덱스터는 경찰에서 지난 몇 주 동안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한 달 전에 재혼한 상태였는데, 진 스팽글러가 실종되던 날 아내 린 래스키 베너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0월 9일, LA의 그리피스 파크 근처에서 스팽글러의 지갑이 발견됐다. 양쪽 끈 중 한쪽이 느슨하게 늘어져 있는 것으로 봐선 그녀의 팔에서 강제로 끌어 당겨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에 60명의 경찰과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7평방킬로미터, 즉 500만 평 정도 되는 공원을 뒤졌지만 사체는커녕 그 어떤 단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문장은 중간에 끊긴 상태였다. 딸의 실종 소식을 듣고 플로렌스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커크’라는 남자를 아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두 번 정도 집 앞에 와 진 스팽글러를 차에 태워 준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픽업을 했을 뿐 집으로 들어오진 않아서, 자세히 얼굴을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커크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와, 스콧이라는 성의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LA 지역에 스콧이라는 성을 지닌 의사들을 모두 만나 보았지만 그 어떤 병원의 환자 명부에도 진 스팽글러라는 이름은, 그리고 결혼했을 때의 이름인 진 베너라는 이름은 없었다. 이때 스팽글러가 한때 스코티라는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그녀를 때린 적이 있었고 어떨 때는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코티는 1945년 이후 단 한 번도 스팽글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때 결정적인 증언이 하나 나왔다. 친구 중 한 명이 스팽글러가 임신 3개월이었고 낙태 수술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 당시 낙태는 불법이었는데 경찰은 스팽글러가 드나들던 클럽과 바를 탐문 수사하던 중 그녀가 ‘닥터’라고 부르던 의대 출신의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알아낸 뒤 실종 당일 그녀는 불법 낙태 수술을 받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이후 스팽글러가 LA 갱스터인 미키 코헨과 관련된 데이비 오걸이라는 남자를 만나 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는데, 기소 상태였던 오걸은 스팽글러가 실종된 지 이틀 뒤에 역시 실종됐다. 경찰은 그들이 함께 도피했을 거라는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후 몇 년 동안 수많은 제보가 있었지만 쓸 만한 건 없었다. 진의 어머니인 플로렌스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딸을 꼭 찾아달라는 편지를 썼고, 당시 가십 칼럼니스트로 유명했던 루엘라 파슨스는 유용한 정보 제공자에게 사비로 포상금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그 어떤 효과도 없었다. 그리고 어언 64년. 아직도 사건 파일은 닫히지 않았고, 할리우드 사상 가장 오래된 미제 실종 사건은 여전히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