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율은 참고사항 경주기록 체크하라
경마를 예상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변수 중 하나는 당일 주로의 상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예상지를 들고 과거 경주에서 뛴 데이터만 들고 어느 말이 선행을 가고, 어느 말이 따라가고 추입은 또 누가 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너무 나무에 집착해서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당일 주로 파악이야말로 그 어떤 공부나 분석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을 잘 모른 채 베팅하는 것은 장님이 문고리 잡는 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가벼운 주로인가 무거운 주로인가를 파악하는 것부터 알아보자. 대부분의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경주로의 수분함량을 보고 당일 주로의 경중을 파악하는데, 이는 정밀하지 못한 분석이다. 건조한 주로에서도 불량주로 이상으로 주로가 가벼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혹서기 휴장을 전후해 서울 경마장의 경주로는 아주 가벼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수분함량은 3%까지 떨어져 경주로는 극단적으로 건조한 상태인 데도 평소보다는 1.5초 내지 2초 정도 빠른 기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어 달 전엔 경주당일 주로가 불량했지만 기록은 건조주로 이하로 느리게 작성됐다. 경주로의 수분함량보다는 경주 당일 아침에 모래를 보충한 것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다.
경주로 상태는 토요일은 처음 몇 개 경주의 흐름을 보면서, 일요일은 토요일 경주의 동영상을 모두 살핀 뒤에 파악하는 것이 가장 실전적이다. 뒷심없는 선행마가 끝까지 버티면서 이변을 터트렸는데, 단순히 이 말만 앞선에서 버틴 것이 아니라 그 경주에서 앞에 가던 선두권 마필들끼리 동반입상했다든지, 혹은 입상을 못했더라도 우승마와 비슷하게 결승선을 통과했다면 일단은 주로가 가볍다고 살짝 체크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흐름이 다음 경주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추입마가 따라가기 급급해 끝까지 힘을 못쓰고 추격에 실패한다면 더 믿음을 가져도 좋다.
인코스냐 아웃코스냐도 마찬가지다. 외곽으로 오는 추입마들은 모조리 실패하고 인코스 추입만 잘 되는 날도 있다. 특히 펜스를 타고오는 안쪽 선입 또는 추입마가 외곽에서 동시에 맞붙은 추입마를 계속해서 이겨낸다면 이는 경주로가 안쪽이 가벼운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코스가 열려 최적의 추입을 하는데도 외곽의 추입마한테 번번이 진다면 이는 외곽이 더 추입조건이 좋다는 결론이 가능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추적마를 잘 선정하는 것이다. 선행주로냐 아니냐를 분석할 때도 뒷심없는 선행마를 추적마로 삼았듯 안쪽과 외곽 중 어느쪽이 유리하냐를 분석할 때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추입마로 찍어서 살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당일 주로의 빠르기다. 이 부분은 선행이 유리한가 추입이 유리한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우승후보를 좀더 압축하기 위해선 추가로 꼭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로의 경중 파악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매경주 후 경주 결과와 함께 전광판에 공시되는 기록과 3F을 그냥 흘리지 말고 예상지에 기록하면 그날의 주로 빠르기를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8일 서울 토요경마와 일요경마에선 평소보다 단거리는 1초, 중장거리는 2초 정도 빠르게 나왔다. 이런 흐름이라면 힘으로 꾸역꾸역 뛰는 말들은 입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앞선이 무너져야 올라오는 마필은 아무리 액면이 화려하고 인기가 높아도 과감하게 부러뜨리며 모험을 할 만한 메리트가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는 힘이 좋은 말보다는 빠른 말 위주로 베팅을 하면 의외의 배당을 맛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빠른 말’은 선행마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추입마 중에서도 순간스피드가 좋은 빠른 말도 적지 않다.
반대로 같은 날 부경 일요경마는 기록이 평소보다 최소 1초 이상 느리게 작성됐다. 이틀 전 금요경마에서도 그랬지만 선행마들은 거의 몰살했고, 특히 안쪽 펜스 부근으로 달리는 마필들은 거의 입상하지 못했다. 외곽으로 감고 추입하는 말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변이 계속됐다. 주로 상황이 이런 데도 일반 팬들은 선행마 또는 인코스 최적전개 가능마에 베팅이 쏠렸다. 필자도 초반엔 이러한 극단적인 흐름을 읽지 못해 연전연패했지만 후반부에 외곽의 추입마들을 공략해 대역전을 할 수 있었다.
경마에선 수백 가지 변수가 있지만 당일 경주로의 흐름에 유리한 말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집중해야 할 변수가 아닌가 싶다. 팬들이 갈망하는 ‘꿈의 고배당마’도 어쩌면 그속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