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취미 나누려다… 성폭행 당할 뻔”
여장남자 카페에 함께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올라온 게시글.
일반인들이 보면 대체 뭘 뜻하는지 해석도 불가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디(CD)는 여장남자를 뜻하는 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의 줄임말이다. 시디 앞에 붙는 업(up)이란 ‘차려입다, 화장하다’는 뜻의 영어표현(dress up, make-up)의 줄임말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화장, 헤어, 의상(겉옷), 속옷까지 완벽하게 갖췄을 땐 ‘풀업(full up)’이라 불리며 이중 일부를 생략했을 땐 ‘부분 업’이라 칭한다. 즉 풀업시디란 모든 것을 갖춘 여장남자를 뜻한다. 러버는 다양한 뜻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인터넷 카페에서는 대체로 시디나 트랜스젠더 등에 성적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을 말한다.
본래 시디나 트랜스젠더들이 모인 카페는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생겨났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자신의 성향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맘껏 여장을 하고 서로 평가도 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러버들이 이러한 카페를 모조리 ‘접수’했다. 굳이 유흥업소에 가지 않아도 쉽게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데다 선택의 폭도 넓기 때문이다.
실제 시디들의 천국이라는 한 인터넷 카페는 가입회원만 해도 3만 5000명이 훌쩍 넘는데 매일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온다. 여장을 하고 자신을 평가해달라는 회원에서부터 러버들의 애타는 구애까지 각양각색이다.
시디의 대부분은 20~30대인데 종종 유부남들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택, 모텔, 자동차 등에 업을 하는데 자세히 보지 않고선 여자라고 믿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시디는 팬을 자청하는 러버도 적지 않다.
시디 중에는 미성년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호기심에 시디의 세계에 입문해 흥미가 떨어지면 스스로 그만두지만 일부 학생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빠져들기도 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골격이 완전히 자라지 않은 데다 목소리도 그리 굵지 않아 보다 여성에 가까운 외모를 뽐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성년자 취향의 러버들도 많아 스폰서 관계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다.
올해 초 자퇴를 결정했다는 김 아무개 군(17)도 우연히 학교 축제에서 여장을 해본 뒤 본격적으로 시디의 길을 걷게 됐다. 김 군의 침대 밑에는 커다란 캐리어 가방이 숨겨져 있는데 그곳엔 온갖 여성용품이 가득하다. 시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화장품, 치마, 가발에서부터 여성속옷, 가터벨트, 잡화까지 없는 게 없다. 보통의 여고생보다 마른 체격에 얼굴도 손바닥만한 덕분에 여장을 하면 부모님도 못 알아볼 정도로 변신한다. 덕분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그의 예명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 군은 “우연히 여장을 하게 됐는데 정말 마음이 편했다. 처음엔 부끄러워서 혼자 방에서 화장을 하는 수준이었는데 인터넷 카페에서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후 본격적으로 여장에 빠져들었다”며 “학교에서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을 보면 욕구가 조절 안 돼 자퇴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적소수자들의 인터넷 카페가 성매매 중개소가 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글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시디를 가장한 채 만나 성폭행까지 당한 사람도 있다. “본명은 괜찮지만 예명은 쓰지 말라”던 20대 시디 김 아무개 씨는 “같은 취향의 친구를 만들고자 용기를 내어 한 사람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러버더라. 노래방에서 갑자기 덮치려해 도망 나온 경험이 있다”며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걸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