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승 강다정 VS 우승 종결자 심우섭, MVP는?
‘2013 하나은행 내셔널리그’에서 통합우승을 거둔 ‘서울 건화’ 선수들. 왼쪽부터 임동균 감독, 홍태선, 강다정, 박지영, 홍무진, 장현구, 심우섭 선수.
선수 구성도 지난해 시니어 남자 1명, 주니어 남자 2명, 여자 1명으로 4명에서 올해 시니어 남자가 2명으로 늘어났다. 4명 대결에서는 2 대 2로 비기는 게 많았고, 비기면 주장전의 결과로 승패를 가렸는데 그런 번잡함을 없앤 것.
무엇보다 지난해 10위에서 왔다 갔다 하던 약팀, 서울 건화의 약진이 돋보인다. 강다정 선수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었다. 주니어는 주니어하고만 대국하고, 시니어와 여자는 구별 없이 대국하는데, 강다정은 12전 전승, 시니어-주니어-여자를 통틀어 1등이었다. 주니어의 홍무진이 8승4패로 뒤를 받쳤다.
신생팀 전북 알룩스의 용전분투도 놀라웠다. 우동하와 박종욱, 주니어 쌍포의 가공할 화력이었다. 각각 10승2패와 8승4패로 주니어부 개인성적 1위와 4위. 게다가 그동안 전국 무대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던 시니어부의 권병훈 선수는 그야말로 다크호스였다. 김희중(충북, 11승1패) 김동근(강원 횡성, 9승3패) 조민수(서울 천일해운, 9승3패) 박영진(대구 덕영치과, 8승3패) 등 쟁쟁한 얼굴들에 버금가는 전과(8승4패)를 올렸다.
아무튼 서울 건화, 충북, 서울 천일해운, 전북 알룩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전북은 천일해운에 지고, 천일해운은 충북에 지고, 충북은 건화에 졌다. 지난해 리그 4위 충남이 치고 올라와 리그 1등 덕영까지 제친 것에 비해 올해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시리즈에서 모두 상위 팀이 이겼다. 대결 전에 하위 팀이 먼저 오더를 내고, 상위 팀은 그걸 보고 오더를 짤 수 있게끔 상위 팀에게 보너스를 준 것이, 그게 별 상관이 있을까 싶었지만, 사실은 무지하게 컸다는 중론이다.
“우리는 모두 누가 이기든 3 대 2가 될 걸로 보았다. 정규리그에서도 우리는 3 대 2로 이긴 게 많았다. 첫날 주니어가 두 판을 다 이기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겼다. 3국이 승부였다. 지면, 다음 충북은 김희중 선배, 우리가 열세이고, 그래서 5국까지 가게 되면 그때는 정말 모르는 것 아닌가. 3국에서 끝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충북 김현아 선수도 중압감이 상당했던 것 같다. 오늘 바둑은 평소 김 선수의 바둑이 전혀 아니었다. 너무 위축된 수를 여러 번 두는 바람에 뜻밖에 편하게 이긴 것 같다.” 우승을 결정한 심우섭 선수의 말이다.
“팀워크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우선 성적에 관계없이 선수단을 믿어주시는 건화그룹 황광웅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홍태선 홍무진 장현규 선수를 스카우트했는데, 홍무진과 장현규는 강다정과 같이 장수영 9단 도장 출신으로 서로 믿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그리고 홍태선 사범은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승패에 대해 군말이나 뒷말이 없었다. 바둑은 단체전인 경우에도 ‘개인전의 단체전’이다. 양궁과 같다. 서로 힘을 합해 승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이김으로써 이기는 것이다. 보통 단체전보다 신뢰와 배려가 더 소중하고,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덕장으로 통하는 임동균 감독의 우승 소감이다.
정규리그를 마친 시점에서 강다정은 입단했다. 포스트시즌에 대타로 나섰다가 한 판도 안 두고 우승한 박지영 선수는 그런 행운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심우섭 선수(오른쪽)와 충북 김현아 선수의 대국 모습. 심우섭 선수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충북의 최현재도 입단했지만, 개막 전 회의 때 “프로기사로서의 공식 대국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속 선수로 뛸 수 있다”고 정한 게 있어 포스트시즌에도 참가했다.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지만 최 선수에 대해선 “아무래도 긴장이 좀 풀어지지 않았겠느냐”고 모두들 이해해 주는 분위기. 더구나 워낙에 동화 속의 소년처럼 착하고 순하게 생긴 청년이니까.
바둑이 끝난 후 두 팀 감독-선수들과 K-바둑 스태프, 응원차 달려온 한철균 8단, 취재진 등 30여 명이 ‘쫑파티’를 벌인 자리에서 내셔널리그 주관 방송사인 K-바둑의 임설아 이사가 “바둑TV에 KB바둑리그가 있다면 K-바둑에는 내셔널리그가 있다!”면서 건배사를 했다.
“내년에는 스폰서가 더 늘어납니다. 선수들 데려가기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던데요. 우리도 내셔널리그를 K-바둑의 간판 프로로 밀고나갈 겁니다.”
시상식은 10월 31일, 장소는 신사동 리버사이드호텔. MVP는 누가 될까. 12연승의 강다정이냐, 우승 종결자 심우섭이냐. 지난해는 챔피언 결정전 제5국의 승자, 충남의 시니어 박성균 선수였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