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수사 했나 의문” 주장도
여학생들의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된 보건교사는 6일 6학년 여학생 9명을 보건실에 모아서 교감의 성추행과 관련한 진술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자 여학생들 모두가 김 교감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적었다. 지난 2011년 9월부터 교감이 뒤에서 껴안았다거나, 어깨를 다독이며 브래지어 끈을 만졌다거나, 가슴부위를 손가락으로 찔렀다거나, 학교 등굣길에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는 등의 성추행 혐의가 16회에 이르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생과 부모, 선생들은 김 교감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도 나왔다. 교감이 강제추행 사실을 감추려고 학생을 협박까지 했다는 것. B 양은 경찰 조사에서 성교육이 있기 이틀 전인 2012년 9월 3일 오후 3시 30분쯤 김 교감이 자신을 6학년 교실로 끌고 가 “성추행 사실을 알리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의정부지검에서 “6학년 교실이 아닌 학교 중앙복도에서 김 교감이 협박을 하며 커터칼을 들이밀기까지 했다”고 증언을 다소 바꿨다.
결국 지난해 10월 12일 구속된 김 교감은 결국 지난 4월 26일 의정부지법에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교감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김 교감의 가족들은 원린수 형사문제연구소 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부탁을 받고 지난 7월 말부터 조사를 시작한 원 소장은 학교와 경찰의 초동 대응이 잘못됐다며 되짚어 볼 사항이 많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CCTV 등 과학적 증거들보다는 피해 학생들의 불완전한 진술이 재판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 소장은 “성범죄와 관련한 피해 아동들의 진술 조사는 원스탑 지원센터에서 상담분석전문가가 입회한 상태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김 교감의 사건은 진술 과정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조사관도 없었고, 장소도 포천 경찰서 내 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제대로 된 진술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사건 아동행동 진술 분석가는 경찰 조사 후 비디오를 통해 학생들의 진술을 분석했다. B 양과 C 양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분석가의 분석서에 의하면 “피해 아동이 경험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조사과정이 성범죄 피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 적합하지 않은 과정으로 이루어져 잦은 어머니의 개입과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부적합한 질문 구조로 피해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발견됐다. 따라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술이 대다수 존재하고 상세한 진술이 부재함으로 신빙성 평가가 불가하다”고 적혀있다.
또한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학교 내에 설치된 CCTV의 화면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목했다. 1심에서는 김 교감이 B 양을 협박한 장소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증거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 소장은 “B 양이 협박당한 장소라고 지목한 6학년 교실이나 중앙복도에는 CCTV가 없지만, 6학년 교실로 들어가는 복도나 중앙복도로 향하는 길목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9월 3일 오후 3시 30분을 중심으로 그 CCTV들을 분석한 결과 김 교감과 B 양이 가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 장소에 없었는데 어떻게 진술이 성립되는가. CCTV 화면이 그런 정황적 증거를 입증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A 초등학교의 몇몇 선생들이 김 교감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여학생들을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 2개월 전부터 선생들이 김 교감의 언행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 실제로 A 초등학교의 여성 선생 3명과 행정실에서 일하는 실무사 1명도 김 교감에게 강제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6학년 여학생 9명과 함께 김 교감을 고소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기한 사항에 대해선 조사결과 ‘혐의 없음’ 및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김 교감 성추행 사건을 함께 조사하고 있는 원 소장은 “지금은 피고인인 김 교감의 유무죄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김 교감을 처벌하더라도 절차에 맞게 과학적 수사를 통해 범행사실을 명확히 입증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 교감은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들이 나와 김 교감의 혐의가 벗어질지 주목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