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돈으로 개인회사 키웠다
현재현 동양 회장. 연합뉴스
그런데 티와이머니대부는 현재현 회장이 지분 80%를 가진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즉 동양네트웍스를 정점으로 한 자산 4000억 원 규모의 신주력사업이 (주)동양의 지배가 아닌 현 회장의 직접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된 티와이머니대부는 2010년 10월 27일 동양파이낸셜대부 채권영업사업부문을 316억 원에 인수한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제공한 390억 원의 담보(동양생명 주식 44만 주)로 돈을 마련하고, 이후 양수한 자산을 담보로 다시 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이 회사 지분 10%를 갖고 있다지만, 이 정도면 일감몰아주기에 회사 돈 빼주기까지 더한 거래다.
이후 티와이머니대부는 승승장구한다. 2010년 매출 69억 원, 순이익 1억 2336만 원에서 2011년 매출 299억 원에 순이익 32억 원, 2012년 매출 348억 원, 순이익 54억 원의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 단 2년 만에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가진 회사가 된 것이다.
동양네트웍스는 티와이머니대부가 동양파이낸셜대부에서 빌린 돈으로 납부한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 3월 동양티에스 지분매입(75억 원), (주)동양 패션부문 인수(30억 원) 등이다. 동양증권 돈으로 현 회장 일가 기업의 사업 확장이 이뤄진 모양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이처럼 동양 계열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2012년 영업수익(매출)이 359억 원인데, 이 가운데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322억 원이나 된다. 지난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3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의 가치하락으로 1107억 원의 기타손실을 본 게 결정적이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현재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동양 부회장, 아들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 등에도 동양네트웍스 주식 250만여 주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상태다.
현 회장은 최근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저에게 있어서 경영권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 해 동안의 상황을 보면 동양증권을 통해 경영권 유지 및 강화를 위해선 다양한 조치를 했지만,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결정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보고펀드에 매각되기 전 동양생명도 동양증권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동양레저가 보유한 파인크리크 골프장을 1500억여 원에 매입해주고, 동양레저는 이 돈으로 (주)동양과 동양증권 지분을 샀다. 동양레저도 현 회장 등 개인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티와이머니대부와 꼭 닮았다. 결국 동양레저 때부터 지금까지 현 회장 일가는 한결같이 금융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강화에 나선 셈이다.
동양그룹이 해체되더라도 동양네트웍스는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그룹 부채의 대부분이 동양레저를 정점으로 한 (주)동양 등 전통 주력사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증권을 활용해 총수 일가의 출구전략이 일찌감치 준비됐다고 봐야 한다. 결국 사주의 이익을 위해 금융계열사의 돈이 동원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동양그룹은 현 회장의 장모이자, 고 이양구 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회사 회생을 위해 사재를 출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출연한 사재 1546억 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은 회생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사용됐다.
2012년 12월 20일 이 이사장으로부터 1546억 원을 빌린 동양네트웍스는 바로 그 달에 동양레저 소유의 웨스트파인골프장 인수(793억 원), 동양온라인 지분 인수(62억 원)를, 다음달인 2013년 1월에는 동양시멘트 지분 인수(153억 원), 동양온라인 지분 추가 인수(65억 원)에 나섰다.
동양레저 소유의 가회동 한옥을 160억 원에 인수한 것도 이 즈음이다. 주식가치의 4분의 3 정도를 쳐주는 주식담보대출 관행을 감안할 때 이 이사장으로부터 빌린 돈을 두 달여 만에 다 써버린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