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묘한 줄타기 탓 ‘잡음’ 더 커졌다
# <더 엑스>, 수작일까 CF일까?
제18회 부산영화제는 끝났지만 강동원과 영화제 측의 진실게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임준선 기자
<더 엑스> 역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선 5개국 6편의 영화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선정했다. 인도, 일본, 이스라엘과 프랑스 영화 4편과 함께 한국 영화 <설국열차>와 <더 엑스> 두 편이 선정됐다. 부산영화제는 ‘스크린X 상영관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방식의 영화’라며 <더 엑스>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 이유를 밝혔다.
강동원 논란의 당사자인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영화 <더 엑스>를 “스크린X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며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고 의미를 두며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대부분 거장 감독의 작품으로 선정되는 측면에서 볼 때 김지운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강동원은 군 복무를 마치고 연예계 컴백을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엑스>는 더 없이 좋은 컴백작이다. 물론 세계 3대 영화제 초청작이면 더 좋겠지만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도 컴백작으로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강동원 측은 “스크린X 기술을 알리는 광고 영화로 스포트라이트 받고 싶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동원 측이 생각하는 컴백 작품은 현재 촬영 중인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 : 민란의 시대>다. 결국 부산영화제를 대표하는 갈라 프리젠테이션에 초청한 수작 <더 엑스>를 강동원은 영화보다는 CF에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 영화 선정 기준까지 논란
영화 <더 엑스>는 러닝타임 31분으로 실제로 CJ CGV의 스크린X 상영관 홍보를 위해 만든 영화다. 거장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이 주연이다.
부산에서 만난 영화관계자들 역시 <더 엑스>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스크린X가 분명 획기적인 신기술이며 이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방식의 영화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왜 영화제가 영화 자체가 아닌 신기술에 더 의미를 두고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을 선정했느냐는 점에서 의혹이 난무한 것. 특히 CJ CGV는 자회사 CJ E&M과 함께 이번 부산영화제 ‘프리미어 스폰서(Premier Sponsors)’다. 스크린X 상영관으로 40개 스크린을 확보한 CJ CGV의 신기술 홍보를 위해 부산영화제가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적어도 부산영화제는 스크린X 상영관 홍보를 이유로 31분짜리로 만들어진 영화 <더 엑스>와 세계적인 배우들이 출연한 제작비 400억 원대 영화 <설국열차>를 같은 급으로 여기고 있다.
부산에서 만난 한 영화 프로듀서는 “<더 엑스> 외에도 올해 초청작 가운데 의문부호가 따르는 영화가 몇 편 더 있다”면서 “박중훈과 하정우라는 인기 배우가 감독으로 변신한 것이 색다른 일이긴 하지만 그들의 영화가 둘 다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중훈과 하정우의 영화 <톱스타>와 <롤러코스터>가 곧 극장에서 개봉하는데 <더 엑스>와 배우가 감독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도 부산영화제 현재를 정확히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부산영화제 측에서 개막식 레드카펫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면 GV 행사 등 아예 부산에 오지 말라고 했다는 강동원의 주장과 개막식에 불참할 것이라면 비슷한 시간 근처에서 열리는 기술시사에도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는 부산영화제의 주장이 얽힌 진실게임은 사실상 강동원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 중간에 서 있는 CJ CGV에서 “강동원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며 강동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강동원 측의 문제 제기에 긴급하게 남동철 프로그래머의 기자회견까지 자청한 부산영화제는 CGV 측의 입장 표명 이후에는 침묵이다. 만약 침묵이 동의를 의미한다면 부산영화제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라면 부산영화제가 배우 강동원의 주장에는 반발했지만 프리미어 스폰서인 CJ CGV에겐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영화인들은 이번 논란이 CJ CGV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더 엑스>의 기술시사 날짜가 개막식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 프로그래머는 강동원의 개막식 불참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개막식 직전 영화의 전당 인근인 CGV 센텀시티에서 열리는 <더 엑스> 기술시사회엔 참여하면서 개막식에 불참하는 것은 이 영화를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한 부산영화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에 강동원 측은 영화를 반드시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봐도 무방하지만 CGV 측이 그때밖에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기술시사회 일정을 두고 영화인들은 <더 엑스>가 강동원의 개막식 참석을 원하는 부산영화제와 불참을 원하는 강동원 사이에서 CGV가 묘한 줄타기를 하기 위해 기술시사회 일정을 그렇게 잡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J CGV가 강동원 불참 논란의 당사자임에도 논란 초기 침묵하다 뒤늦게 강동원을 지지하는 공식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강동원 영화제라고 불리던 제18회 부산영화제는 폐막했다. 그리고 이번 논란은 부산영화제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