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곽노현 ‘후보 사후 매수’ 보수진영 조전혁 ‘학폭·막말’ 등 각 진영 내부서도 깊은 우려
#교육감 후보 난립
8월 29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진행된 특별채용에서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 채용을 내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고로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교육감은 당연퇴직 대상이다.
조 교육감 퇴진으로 10월 16일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시교육감은 80만 서울시 학생들의 교육을 좌우할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겨뤄왔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치러진 5번의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가 4번 이겼다.
현재 후보자가 난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9월 19일에는 조기숙 전 노무현 정부 홍보수석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홍후조 고려대 교수 등이 출마했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지난 3번의 선거(2018년 제외)에서 단일화에 실패했다. 이 기간 진보진영 후보는 2010년 34.3%(곽노현) 2014년 39.1%(조희연) 2018년 46.6%(조희연) 2022년 38.1%(조희연) 등 30%대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단일화에 실패했을 당시 보수진영 후보들의 득표율을 모두 더하면 50%가 넘었다. 보수진영은 단일화를 논의하는 기구조차 ‘통합대책위원회’와 ‘보수후보 단일화 제3기구’로 분산돼 있었다.
이 같은 비판에 9월 13일 보수진영 두 단일화 기구는 ‘단일화 선정심사 관리위원회’로 통합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예비후보들에게 경선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단일화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단일 후보는 9월 24일 선출할 전망이다.
진보진영은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선룰을 두고 갈등이 분출됐다. 추진위는 9월 13일 1차에서 선거인단 투표에서 다득표 후보 4인을 선정하고, 2차에서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50 대 50으로 합산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선룰을 발표했다. 선거인단은 만 14세 이상 서울 시민이나 서울 소재 직장인이면 가입할 수 있다. 인원 제한은 없다.
그러나 강신만 김경범 김재홍 안승문 홍제남 예비후보는 경선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선거인단 인원 제한이 없어 강력한 조직이 있거나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추진위에서 이탈하는 후보도 속출했다. 김경범 교수는 예비후보에서 물러나며 “저는 교육의 미래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우리는 과거에 갇혀서 앞으로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저는 이번 선거를 더 이어갈 가치와 명분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용서 위원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입후보 철회를 결정했다고 했다. 김재홍 전 총장은 경선룰에 반발해 9월 19일 추진위 탈퇴를 결정했다. 여기에 조배숙 전 홍보수석과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독자 출마하면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방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생을 다룬 책 ‘인간 이재명’ 기획단을 이끌었다.
#곽노현·조전혁 전과 논란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9월 8~9일간 실시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무선ARS)에 따르면 곽노현 전 교육감과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진보와 보수진영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도는 진보가 34.4%로 보수(24.2%)보다 높았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두 사람은 교육감 후보로 부적합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재홍 전 총장은 추진위 탈퇴를 선언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전과 전력을 가진 예비후보들이 출마를 재고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수 쪽의 조전혁 후보와 민주 진보의 곽노현 예비후보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실정법 위반의 전과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첫 직선제인 2008년 지방선거에서 34.34%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보수진영은 후보자만 5명이 나오면서 표가 분산됐다. 곽 전 교육감 업적으로 꼽히는 것은 학생인권조례와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이다. 곽 전 교육감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최초로 학생인권조례 도입을 시도할 때 참여한 이력이 있다. 서울시는 2011년 주민발의를 했고, 2012년 조례가 제정됐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두고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과 대립했다. 이는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까지 이어졌다. 투표 결과 서울시 교육청 예산으로 시행하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유지됐다. 오 시장은 투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2011년 9월 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사퇴를 대가로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곽 전 교육감은 수감됐다. 선거 당시 곽 전 교육감과 박명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양 캠프 관계자들은 박 후보에게 금전을 제공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곽 전 교육감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다음 곽 전 교육감은 친구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 박 후보에게 2억 원을 전달해달라고 했다. 2012년 9월 19일 대법원은 이를 사후 매수행위로 봤다. 2억 원은 박 후보가 사퇴한 것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는 후보자 사퇴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거나 직위를 제공하면 7년 이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후보에 대해서도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진보진영에서도 곽 전 교육감이 돈을 주지 말아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011년 12월 15일 열린 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 강연에서 “간단히 얘기하면 선의건 뭐건 안 줬어야 한다. 절대로 줘서는 안 됐다. 선의였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주는 순간 이런 일이 나게 돼 있다”며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문제다. 내가 선거 참모였다면 결사적으로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죄가 확정되면서 국고보조금으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 2000만 원도 반환하게 됐다. 곽 전 교육감은 선거를 치르느라 약 28억 원의 빚을 져 2010년 신고한 재산이 6억 8076만 원이었다. 2011년에는 35억 2000만 원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아 재산이 15억 9815만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비용은 아직 반납되지 않은 상태다.
곽 전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 31일 특별 사면·복권됐다. 출마 자격이 회복됐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곽 전 교육감 출마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곽 전 교육감이 진보 단일 후보가 되면 선거 내내 후보 매수와 선거보전비 미납 문제가 지적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과거가 10·16 재보궐 선거는 물론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중도층이 실망해 민주당에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9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곽노현 씨가 국민의 혈세 30억 원을 토해내지도 않고 다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다고 한다”며 “자기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뭘 해서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단 건가”라고 공격했다. 한 대표는 “곽노현 씨의 등장은 근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최악의 비교육적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서는 곽 전 교육감의 결단을 원하는 분위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신으로서야 지난 법원의 판결이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번 출마는 시민의 상식선에서 볼 때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곽 전 교육감은 우리 교육을 검찰 권력으로부터 지키는 선거라고 강조했다”며 “서울시의 초등·중등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이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설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같은 날 JTBC에 “공천 사례였다면 아마 후보군에 올라오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공천하는 선거는 아니지만, 당연히 서울 시민과 당원,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9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행하는 윤석열 교육 정책을 탄핵하고 멈출 수 없는 혁신미래교육을 다시 진전시켜야 한다”며 “특히 뉴라이트 세력이 교육마저 지배하려는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친일 역사 교과서 시즌2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결국 제게 사후에 후보를 매수했다는 이른바 ‘사후후보매수죄’라는 형용모순의 죄목을 적용했다”며 “선거가 끝난 마당에 매수할 후보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며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선거 보존비용 미반납에 대해서는 “저의 전 재산을 강제 집행당했고 그래서 5억 원 정도의 비용을 반환한 걸로 돼 있다. 저는 지금도 연금 일부를 꼬박꼬박 압류당해서 갚아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낸 입장문에서는 “여론조사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경우는 없다”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교육감으로 출마한 저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과 부당한 사퇴 압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했다. 곽 전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개입할 수 없도록 지방교육자치법 46조 2항에 명시하고 있다. 정당 개입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정치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법적 대응도 시작했다. 지난 9월 10일에는 한동훈 대표를 교육감 선거에 관여한 혐의(지방교육자치법 위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김민석 최고위원과 진성준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이 한 대표와 달리 정중하게 발언한 만큼 당장 고발하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보수진영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전혁 전 의원의 과거도 논란이다. 조 전 의원은 고등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러 자퇴 권고를 받았다. 2022년 4월 26일 조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고3 때 시험을 보기 위해 책상을 옮기고 있었는데, 시험공부만 하는 한 친구에게 ‘같이 옮기자’ 하니까, ‘니나 해라’고 말해 화를 참지 못했다. 때린 건 내가 굉장히 크게 잘못한 것”이라며 “그 친구 턱에 금이 갔고, (나는)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현직 시절인 2010년 3월 교육부로부터 ‘각급 학교 교원의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현황 실명자료’를 받아 4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됐다. 자료에는 노조에 가입한 교사들의 소속 학교 이름이 여과 없이 나와 있었다. 같은 해 5월 13일에는 전교조 명단공개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에는 가수 남궁옥분, 김세환, 박혜경, M4, 애프터스쿨과 개그맨 송준근, 윤형빈 씨 등 연예인이 출연하기로 했지만, 정치적 성격이 짙다는 논란이 일자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대법원은 2014년 7월 24일 전교조 조합원에게 1인당 10만 원씩 총 3억 4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막말로 물의를 빚었다. 조 전 의원은 조영달 후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선영 후보를 겨냥해 ‘지금 저 특히나 박선영이 톡 까놓고 얘기하겠습니다. 저 미친X 저거 끝까지 나올 거예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말 논란이 일자 조 전 의원은 조영달 후보의 전화 통화 녹취가 문제라고 책임을 돌렸다.
조 전 의원은 출마 선언 때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9월 5일 조 전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여 년간 서울 교육은 조희연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에 의해 황폐화됐다”며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권 코드에 맞춘 비합리적인 탈원전 교육, 무분별한 젠더리즘, 동성애 코드 등이 걸러지지 않고 학교에 침투하고 있다”며 “교육감에게는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막아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와 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조 전 의원은 “이러한 일은 사실상 전쟁이고 전쟁터에서는 강인한 전사가 필요하다”며 “전교조의 실상을 밝히기 위해 전면전을 피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과 맞서 싸워 이기겠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