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제작 뉴욕선 꿈도 못꿔!
영화 <뫼비우스>의 한 장면.
영화의 소재와 표현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아역들의 연기 방식도 상당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어린 연기자들을 기용해 성 범죄를 고발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거나, 욕망의 수단으로 성적인 상황을 연기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한 장면.
쉽지 않은 상황을 연기해야 했던 이레를 위해 제작진은 꾸준한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 혹시 벌어질지 모를 충격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은 “이레의 부모, 특히 어머니와 작품에 대해 충분히 의논하고 소통하려고 했다”며 “아동심리를 담당하는 해바라기센터 등 관련 단체와도 꾸준히 협의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레를 포함해 <소원>에 출연한 모든 아역 연기자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진행하고 있는 후유증 예방·치유 프로그램의 지원도 받고 있다.
영화 <소원>의 한 장면.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성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이를 고발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렸다. 개봉 당시 실제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고 아동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각종 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을 표현한 아역 연기자들이 과연 촬영 현장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았는지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도가니>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아동보호법 가운데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조항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는 논쟁의 여지를 더 남긴다. 영화의 주인공은 17세의 연기자 서영주다. 지난해 <범죄소년>으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그런 서영주는 <뫼비우스>에서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베드신을 소화했다.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두세 차례 노출 연기까지 펼쳤다.
영화 <공정사회>의 한 장면.
하지만 할리우드의 기준으로 본다면 <뫼비우스> 촬영현장은 10대 연기자 인권의 ‘사각 지대’다. 할리우드가 속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연예계에서 일하는 아동과 청소년의 노동시간을 주 18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방학일 경우에도 주 40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한다. 미국 뉴욕 주의 경우 아역 연기자가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이나 부도덕한 설정이 포함된 작품의 출연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뫼비우스> 같은 영화는 애초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아역 연기자들의 활약이 늘면서 최근에는 이들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올해 4월에 개봉한 영화 <공정사회>는 아동 성폭행 피해를 그린 영화이지만 연출자인 이지승 감독은 “연기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역에게 영화의 모든 걸 이해시키고 리얼하게 찍기는 싫었다”며 “아역의 분량을 먼저 찍고 범인의 등장 내용은 따로 찍어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물론 해당 아역 연기자는 자신이 연기하는 내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촬영을 끝냈다.
아역들의 활약이 활발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아동 보호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 <일밤>의 ‘아빠 어디가’ 제작에는 아동심리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아이들의 정서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의 도움 속에 제작진은 방송의 내용을 결정한다. ‘아빠 어디가’의 촬영이 주말에 이뤄지는 이유 역시 학교생활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게 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