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피·볼포니는 ‘딸’들이 잘나간다
씨수말 자마 중엔 수말보다 암말 경주력이 뛰어난 경우가 있어 이러한 혈통적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임준선 기자
사람의 경우도 남성이 여성보다 힘이 세고 달리기도 더 잘하지만 경주마도 암말보다는 수말(거세마 포함)들이 대체로 잘 뛴다. 부담중량을 수말한테 2kg 정도를 더 부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감독들 인터뷰에서도 “암말이 이 정도 뛰는 걸 보면 그말의 수말자마들은 더 잘 뛸 것이다”라는 멘트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씨수말 중에서는 이처럼 암말 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는 말들도 더러 있다. 먼저 이미 설명한 메니피부터 살펴보자.
미국에서 활약한 메니피의 자마들 가운데 대표마 10두를 보면 암말이 7두, 수말이 1두, 거세마가 2두다. 자마 중 최강마로 평가받는 게임페이스를 포함, 그레이드 경주에서 우승한 4두가 모두 암말이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마들은 수적인 면에서는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보면 역시 암말이 조금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말 자마들 중에서는 부경의 경부대로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의 광교비상, 케이탑 등도 있지만 암말 쪽은 우승터치와 스피디퍼스트라는 걸출한 말이 있다. 우승터치는 최근 지친 감을 주곤 있지만 지난해 그랑프리에서 2위를 차지했을 만큼 강인한 면모를 보여줬던 말이다. 스피디퍼스트도 마찬가지다. 비록 삼관경주의 마지막 관문에서 늘어난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참패를 당하긴 했지만 ‘더비’와 ‘오크스배’를 거머쥔 3세 최강마다.
수말 중 경부대로가 최근 살아나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고는 하지만 우승터치의 관록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며, 서울 경마장의 떠오르는 태양 광교비상도 아직은 스피디퍼스트의 카리스마에 뒤지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메니피의 암말 자마들 중에서 현재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마필은 아르누보 외에 몇 두가 더 있다. 서울의 슈퍼레전드, 금순이엄지, 퓨전코리아, 우아등선 등과 부경의 퀸즈블레이드, 황금빛지중해, 라이징포에버 등이 현재 잘 뛰고 있거나 앞으로 많이 뛰어줄 유망주들이다. 메니피의 자마들은 비교적 조숙한 편으로 2세 후반부터 능력을 발휘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출전하면 좀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암말 강세를 보이는 씨수말은 또 있다. 바로 볼포니다. 국내자마들 중 대상경주에 입상한 대표마는 모두 5두이며 이 가운데 4두가 암말이다. 이들 중 오크스배 3위, 스포츠서울배 2위, 농협중앙회장배 1위를 차지했던 동방로즈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 수말인 본라이징은 새해맞이기념 헤럴드경제배에서 2위를 차지했던 정도.
반면 극단이라 할 만큼 수말(거세마 포함) 강세현상을 보이는 씨수말도 있다. 비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역시 대상경주 입상마 중심으로 살펴보면 대표자마 10두 가운데 9두가 수말 또는 거세마이고 암말은 한 마리뿐이다. 더욱이 이 유일한 암말마저 그리 강한 말은 아니다. 현재 서울 국1 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매번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승리의함성이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씨수말 순위에서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포리스트캠프는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뚜렷한 특징이 없다. 대표마 9두 중 3 대 6의 정도의 암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좀더 파고들어가보면 암말인 스팅레이, 천은, 듀마 같은 말들이 수말인 드림타워, 명문제왕, 샌드짱, 파인파인 등보다 조금 더 뛰어준 편이라 전체적인 활약상은 거의 대등해보인다.
씨수말들은 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후대에 발현시키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실전경마에서 혈통적 특징들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신마 경주에서 싹수가 보이는 말이라면 암·수 정도는 구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경주마의 혈통적 기대치는 맹신할 수 없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메니피 자마들 위력
115두 한 번 이상 우승
메니피의 자마들은 2003년부터 태어났지만 경주로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였다. 그해 1두가 경주에 나서 12전 3승을 올렸다. 2006년과 2007년엔 활약이 없었고 2008년부터 대공습이 시작됐다. 41두가 출전해 27두가 우승을 기록했는데 그해의 총전적은 735전 91승 2위87회였다. 이때부터 메니피의 자마들은 승승장구했다. 2008년엔 101승, 2009년엔 97승을 거두는 등 2013년 10월 현재까지 메니피의 자마들은 153두가 경주에 출전해 306승을 합작했다. 승률은 16%, 복승률은 29%.
자마들 중 115두가 우승을 한 번 이상 기록해 메니피의 자마들은 거의 대부분 잘 뛴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그렇다면 메니피의 외손자들은 어떨까. 최근 들어서 부각되고 있는 유전적인 능력인데 아쉽게도 이 부분에선 메니피도 특출한 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배출된 61두의 외손자마들 중 블랙타입 경주 우승마는 단 4두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메니피가 씨수말로 활약한 지 얼마 안돼 외손자마 데이터는 거의 없다.
김시용 프리랜서
115두 한 번 이상 우승
국내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
자마들 중 115두가 우승을 한 번 이상 기록해 메니피의 자마들은 거의 대부분 잘 뛴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그렇다면 메니피의 외손자들은 어떨까. 최근 들어서 부각되고 있는 유전적인 능력인데 아쉽게도 이 부분에선 메니피도 특출한 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배출된 61두의 외손자마들 중 블랙타입 경주 우승마는 단 4두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메니피가 씨수말로 활약한 지 얼마 안돼 외손자마 데이터는 거의 없다.
김시용 프리랜서